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엿새째 이어지자 공장에서 출하장까지 일당제 기사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고 가는 '개별 도로 운송(로드 탁송)'에 연일 수백 명이 동원되고 있다.2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등에 따르면 화물 연대 총파업으로 차량 운송을 하는 카캐리어(탁송차)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출고된 차는 일당제 기사로 모집한 개별 운전자가 직접 출하장에 옮기는 로드 탁송 방식으로 이송되고 있다.스포티지, 셀토스, 봉고 트럭 등 광주공장에서 나오는 완성차는 평동 출하장과 장성 물류센터로 옮겨지고 있는데 파업 이후 현재 6천여 대가량이 로드 탁송으로 운송됐다.이 로드 탁송에는 일당을 받는 기사가 하루에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700명가량 동원되고 있다.탁송업체가 이번 파업에 대비, 사전에 뽑아놓은 인력이다.하루에 15만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일당제 기사들은 매일 오전 5시에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 주차장에 집결해 버스를 이용, 1, 2공장으로 이동한다고 기아 광주공장은 설명했다.차량 출고량에 따라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장에서 모집하기도 하는데 입소문을 타고 지원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기아 광주공장은 평동 출하장과 광주 제1전투비행단, 함평 나비축제장 주차장, 광주 에너지밸리 산단 미개통 도로 등 1만6천여대를 적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추가 공간이 필요해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다.기아 광주공장 관계자는 "로드 탁송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없도록 안전 운행과 차량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물류 손실, 광주·전남 사업장 곳곳 현실화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물류차질과 이로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특히 광주 지역 공사 현장의 경우 레미콘 수급이 이틀 내로 아예 중단될 위기에 처해 건설 현장에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29일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시멘트 가공업체 39곳 대부분이 원재료 시멘트가 동이 났으며, 일부는 이미 공장 문을 닫았다.조합 관계자는 "레미콘 수급이 어려운데다 공사 현장 비축 자재도 떨어져 가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광주 지역 모든 공사 현장이 완전히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기아 오토랜드 공장도 생산한 완성차를 매일 하루 2천여 대씩 임시번호판을 달거나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인근 적치장으로 한대 한대씩 옮기는 '개별 탁송'을 하고 있다.전남지역 수출입 관문인 광양항도 화물연대의 이송 거부 투쟁에 따라 사실상 물류 이송이 중단된 상태다.현재 광양항의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61.7%로, 파업 전 물량을 빼놓은 덕에 평상시(60∼65%) 장치율을 유지하고 있다.광양항에서는 하루 4천3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반출됐지만, 파업 이후 출하가 시급한 일부 물량이 나간 것을 제외하고 일간 반출량은 '0'에 가깝다.수소차 전기 충전소와 주유소의 경우 파업 전 물류 수송 협상에 성공해 현재까지 파업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다.여수화학단지에서 수소 공급 큐브 트레일러를 공급받아 운영되는 광주 수소차 전기 충전소도 수소 공급차와 협의에 성공해 필요한 만큼 배차를 받고 있다.광주 일부 지역과 전남·전북에 물량을 공급하는 GS칼텍스 여수공장도 파업 전날 화물연대와 협의해 탱크로리 차량 60∼70대가량을 확보하고 물량을 일부 반출하고 있다.GS칼텍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별 주유소에서 물량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지속해 운송 가능한 차량 대수를 늘려갈 방침이다"고 밝혔다.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 등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상 파업을 무기한 지속할 방침이다.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와 광주지역본부는 28일 오전과 오후에 광양항과 기아 오토랜드 광주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에 나섰다.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화주의 입장만 대변해 안전 운임제를 무력화하고 지난 6월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며 "파업 첫날부터 경찰의 화물차량 견인 조치 협박 등 공권력 과잉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지난 24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광주·전남 주요 거점 지역에서도 파업 선전 집회가 열리고 있다.전남에서는 여수 국가산단과 광양항 등 7개 시군 21 거점에서 850여명이 집결해 대기 중이다.광주에서도 300∼500명 정도가 기아 오토랜드 광주, 금호타이어 등 사업장별로 흩어져 대시민 선전활동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물류 거점 곳곳에 운행 멈춘 화물차 도열…안전운임제 확대 요구하루 8천t 현대제철 포항공장 물량 전혀 못내보내…시멘트도 물류차질 가시화정부,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 강경 대응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오전 10시 전국 16곳에서 동시에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각 지역본부가 출정식을 연 장소에는 운송을 멈춘 화물차가 대열을 이룬 채 늘어섰다.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 1천여명이 모여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했다.광양항국제터미널에는 조합원 2천여명이 모여 대형 화물차량을 입구에 도열시키고 물류 진·출입을 막아섰다.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는 죽음과 고통을 연료 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며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라고 강조했다.당진 현대제철 앞 1천명, 군산항 1천명, 부산신항 800명 등 2만2천명으로 추정되는 화물연대 조합원 중 43%(9천600명)가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출정식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정부는 지금까지는 물류에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차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오전 10시 현재 63.9%로, 평시 수준(10월 평균 64.5%)을 유지하고 있다.국토교통부는 주요 화주·운송업체들이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해 미리 운송 조치를 했기에 아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평소 하루 8천t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 물량을 전혀 내보내지 못하는 등 물류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정부는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정당성과 명분이 모두 없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이와 함께 운송개시명령을 내릴 준비에 착수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명확히 했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왕 ICD에서 현장상황회의를 열어 "운송 거부와 방해가 계속된다면 국민이 부여한 의무이자 권한인 운송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임을 분명히 고지해두고자 한다"고 밝혔다.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거부해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수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지금까지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정부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꾸려 수송대책 마련에 나섰다.군 위탁 컨테이너를 각 항만에 보내는 등 가용한 대체 수송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으로 투입하기로 했다.주요 물류거점에는 경찰력을 배치해 운송 방해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운행 차량은 보호 조치한다.정치권은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대치를 이어갔다.국민의힘은 민주노총 총파업이 위기에 놓인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즉시 철회를 촉구했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국가 물류를 볼모 삼아 사실상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약속한 안전운임제 합의안 파기가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라며 안전운임 대상 확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총파업에 법적 대응 운운하며 노동계를 겁박할 것이 아니라 당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부 여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