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지하철 4호선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한파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시민들은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역 안으로 들어섰다. 이날부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지는 않을까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에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까지 벌어졌다. 약 1년째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이어온 전장연이지만 이날 강추위에 지하철 파업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직장이나 학교에 늦을까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위대 앞을 지나쳤다.

이날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을 진행하며 삭발까지 감행했지만 대다수 시민은 눈길을 주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빠르게 걸어가거나, 이를 피해 빙 돌아가는 등 무관심한 모습이 이어졌다.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현주 기자
삼각지에서 충무로로 출근한다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원래의 명분과 목적은 잊히고 시민들 공감을 얻지 못한 '시위를 위한 시위'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20대 직장인 강모 씨도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아침마다 전장연이 시위하는지 검색해야 한다. 오랫동안 불편함을 겪고 있는데 빨리 시위가 중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위에 무관심한 반면 출근길 지하철 지연 소식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역에서 노량진까지 가야 한다는 한 직장인은 "지하철 1호선 상황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날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 파업을 걱정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고려대 익명커뮤니티 고파스에는 1·4호선을 탄다는 한 학생이 지하철 파업으로 제 시간에 등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학교 근처에 1~2주 정도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있겠느냐"고 물어보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4호선 삼각지역 출근길./사진=이현주 기자
4호선 삼각지역 출근길./사진=이현주 기자
이날 서울 전역에 올 겨울 들어 첫 한파 특보가 내려진 데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까지 겹쳐 시민들 불편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한 직장인은 "급행은 다니긴 하는 건지… 날씨도 추운데 걱정이다. 1호선 4~5분 정도 차이나는 건 이제 일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 지하철 파업이니 버스를 타는 게 낫겠다. 왜 하필 출근 시간에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에 따라 이날 주간 근무가 시작되는 오전 6시30분부터 파업에 나섰다. 총파업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시는 대체인력을 확보해 출근시간대에 집중 투입하고 시내버스 배차간격도 줄인다는 방침. 하지만 낮 시간대 전동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2% 수준, 퇴근 시간대에는 85%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