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마당예술동아리 클로벌, 창작 음악극 공연
낯선 한국땅서 결혼 이주여성이 겪는 삶의 애환 '베트남 파일럿'
"나는 지금 어디 있나/너무 바쁜 하루 보내고 나면/심한 말과 차별, 받게 된 후에/내가 꿈꿔왔던 삶을 정말 살고 있을까/내가 바라왔던 일을 정말 하고 있을까.

"
텅 빈 무대에 종이비행기 6개가 놓여 있다.

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 결혼이주여성으로서 겪는 삶의 애환을 노래로 고백한다.

그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 종이비행기 하나를 손에 들고 있다.

노래가 끝나자 한국에서 사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경험담이 에피소드 형태로 이어진다.

퇴근 무렵 신입사원에게 많은 자료를 주며 야근하게 하는 팀장, 멀미약을 사러 온 손님에게 임신했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약사 등이 등장한다.

지난 28일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는 미추홀학산문화원과 미추홀구 가족센터 주관으로 '다시, 놀래!'라는 어울림의 날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로 본국 방문이 어려운 이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리아, 응웬젬피, 버티쭉미 씨 등 7명은 이 행사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한 창작 음악극 '베트남 파일럿'을 준비했다.

이들은 2019년 결성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마당예술동아리 '클로벌' 소속이다.

이 음악극은 여전히 낯선 한국이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삶의 항로를 개척하는 조종사가 돼 가족, 친구, 이웃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말 기준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리아 씨 등과 같은 결혼이민자는 16만9천742명이다.

중국(5만9천749명)에 이어 베트남(3만9천483명) 출신이 그다음으로 많다.

베트남 출신은 남성(3천950명)보다는 여성(3만5천533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메인 공연에 앞서 중국 결혼이주여성 모임 '모리화'와 '중화지가',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모임 '쨋드 에모이' 등 미추홀구 가족센터 자조 모임은 본국 전통 악기 연주와 전통춤 공연 등을 선보였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4년째 시민창작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클로벌의 심화 활동을 위해 처음으로 학산소극장에서 마을 발표를 추진했다"며 "자전적 이야기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슈, 시민들의 다양한 삶으로 주제를 넓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