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등 삭발식…"즉각 중단해야"

"2기지에서 지금 화물 차량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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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금 화물차 나갑니다"…경찰, 의왕ICD서 이틀째 에스코트 지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2터미널 게이트 앞.
인근에서 대기하던 안양만안경찰서 안병락 경위는 무전이 울리자 곧바로 순찰차를 몰고 게이트를 나서는 대형 트레일러 차량 앞으로 이동해 에스코트를 시작했다.

경찰은 파업 노조원들의 운송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원활한 물류 수송을 돕기 위해 전날부터 이곳에서 에스코트를 지원하고 있다.

안 경위가 맡은 화물차량은 부곡IC를 거치기로 돼 있어 게이트부터 1㎞가량 떨어진 영동고속도로 입구까지 에스코트하면 됐다.

안 경위는 "게이트를 나선 뒤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까지가 운송 방해 행위로 인한 위험이 가장 큰 구간이어서 에스코트 구간을 이같이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찰차는 시속 20∼30㎞의 낮은 속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화물차량을 앞서 달리며 에스코트를 이어갔다.

4분가량 주행한 안 경위는 영동고속도로 입구임을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나타나자 사이렌을 한 차례 울린 뒤 창밖으로 팔을 흔들며 뒤따라오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에스코트가 종료됐음을 알렸다.

안 경위를 비롯한 경찰관 2명은 이날 오전부터 2터미널 게이트 옆에서 순찰차를 세워두고 대기하며 트레일러 차량이 나올 때마다 에스코트를 이어갔다.

1터미널에도 순찰차 4대가 에스코트에 투입됐다.

전날에는 사고 예방 및 채증을 위해 터미널을 나서는 화물 차량 조수석에 경찰관이 동승하기도 했지만, 경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이날부터 동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의왕ICD에 7개 중대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남부경찰청 관내 여러 경찰서로부터 가용 경력을 최대한 확보해 파업 현장에 투입했다"며 "오전 내내 의왕ICD에서 게이트를 오가는 차량을 가로막는 등 물리적인 운송 방해 행위에 나선 조합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르포] "지금 화물차 나갑니다"…경찰, 의왕ICD서 이틀째 에스코트 지원
실제 이날 의왕ICD는 파업으로 인해 게이트를 오가는 화물 차량 자체가 많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였다.

2터미널 게이트 주차장에 모여있던 조합원들은 이따금 게이트로 들어서는 화물차량의 번호를 외치며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정부는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반발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과 이광재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역본부장은 오후 2시께 이곳 2터미널 게이트 주차장에서 삭발식을 했다.

이날 모인 조합원 200여명은 "업무개시명령은 즉각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운송 자격을 박탈할 수 있어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은 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 근로 폐지' 항목 및 헌법 제15조에서 규정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위배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