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후 화재로 잿더미 변해…목격자들 "불과 몇 초 만에 '퍽' 사고"
인명피해 2명 추정→5명 발견…신고 시 "2명 탑승" 3명 정보 누락
사고 헬기 1975년 제작된 노후 기종…임차 헬기 평균 기령 33.8년

27일 오전 10시 50분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뒤 잿더미 속에서 인명피해 확인에 나선 소방당국은 시신 5구를 수습했다.

이들 중 2명은 여성으로만 확인될 뿐 여전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인명피해가 애초 2명으로 추정된 것과 달리 5명으로 늘어난 데에는 비행계획 신고 시 3명에 대한 정보가 빠졌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가운데 사고 헬기가 제작된 지 무려 47년이나 지난 노후 헬기라는 점은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양양서 산불계도 헬기 추락해 5명 숨져…2명 신원 오리무중(종합2보)
◇ 순식간에 벌어진 추락사고…뼈대만 앙상히 남아
사고 현장은 추락 당시의 충격을 짐작게 할 정도로 참혹했다.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인해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프로펠러 등 사방으로 흩어진 각종 기체도 화염에 새카맣게 타면서 잿더미로 변했다.

산산이 조각 난 헬기 주변의 아름드리나무 등 검게 그을린 현장은 사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대변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은 "집에서 헬기가 산불 방송하는 것을 들었는데 불과 2∼3초 뒤에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그러더니 시커먼 연기가 바로 올라와서 '헬기가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헬기 파편이 집 근처까지 날아오는 '날벼락'을 맞은 또 다른 주민은 "산불 예방 안내 방송을 하면서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굉음을 내니 처음엔 기분이 얹짢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밖을 내다보는데 순간 무언가 날라오길래 깜짝 놀라 숨었다"며 "불과 5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주민은 "살펴보니 폭발이 일어나 불이 나고 있길래 '조종사가 위급하다'는 생각에 쓰고 있던 안경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황급히 산에 올라갔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도 "일 나가는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나왔는데 아들이 '저기 산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며 "새카만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산불이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양양서 산불계도 헬기 추락해 5명 숨져…2명 신원 오리무중(종합2보)
◇ '2명 탄 줄 알았는데…' 인명피해 5명으로 늘어
사고 초기 기장 A(71)씨와 정비사 B(54)씨 등 탑승자 2명이 탑승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총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일부 탑승자의 신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장 A씨는 이날 오전 8시 51분께 양양공항출장소에 전화를 걸어 이날 '정시(오전 9시)에 산불 계도 비행에 나서며 탑승자는 2명'이라는 내용을 알렸다.

양양공항출장소는 2분 뒤인 8시 53분께 상급 기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관제 시스템에 해당 내용을 입력했다.

항공기 운항을 위해 필수인 비행계획서는 문서가 아닌 유선으로도 통보할 수 있고, 이 같은 비행계획서 제출은 허가 개념보다 신고 개념에 가까워 A씨가 유선으로 통보한 것만으로도 이륙을 위한 요건은 충족됐다.

결국 비행계획서에 탑승 인원이 '2명'으로 표시되면서 속초시는 물론 관계 기관 모두 2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추정했으나 현장에서는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A씨를 비롯해 정비사 B씨, 주로 주유를 담당했던 또 다른 정비사 20대 C씨까지는 신원이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여성으로만 확인될 뿐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경찰 등은 이들이 산불 예방 업무 관련자가 아닌 단순 지인 여부 등을 염두에 두고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사조위는 사고장소 주변 CCTV를 비롯해 산불감시카메라 등 영상을 확보했으며, 정비 불량 혹은 조종사 과실 등 정확한 원인을 비롯해 비행계획서 제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양양서 산불계도 헬기 추락해 5명 숨져…2명 신원 오리무중(종합2보)
◇ 임차 헬기 노후화 심각…사고 헬기는 제작한 지 47년 지나
항공 사고의 주요 원인이 크게 정비 불량 혹은 조종사 과실 등 2가지로 나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의 원인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사고 헬기가 1975년에 제작돼 무려 47년이나 된 '노후 헬기'란 점 역시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속품을 제때 교환하더라도 기체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0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산림청이 소유한 산불 진화 헬기 외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서 임차한 헬기는 총 68대, 평균 기령은 33.8년이었다.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평균 기령 19.7년과 견줘 14년 이상 낡았다.

노후한 지자체 임차 헬기의 잦은 출동은 사고로 이어지지만, 지자체는 예산 문제로 인해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산불 조심 기간을 비롯해 대부분 1년에 200일 안팎으로 민간업체와 계약을 하고 헬기를 빌려 쓴다.

그러나 감당해야 하는 임차비용도 하루에 수백만원으로, 1년으로 따지면 수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헬기의 경우 속초·고성·양양 등 3개 지자체가 공동임차해 운용 중이었다.

이날 비행은 전날 강원도산불방지센터로부터의 계도 비행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9시 30분 계도 비행을 위해 계류장을 이륙한 지 1시간 20여 분 만인 오전 10시 50분께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추락했다.

양양서 산불계도 헬기 추락해 5명 숨져…2명 신원 오리무중(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