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양돈 계열사인 돈돈팜이 농장을 빌렸던 한 돼지 농가와 총액 200억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농장의 ‘무항생제 돼지’에서 항생제가 발견돼 연간 100억원 규모의 생협 공급 계약이 파기된 게 소송전의 발단이 됐다. 이 책임을 놓고 농가에선 ‘농장을 위탁 운영한 돈돈팜 탓’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돈돈팜 측은 ‘시설 개선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농장주의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7일 양돈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은 내년 1월 덕원농장 영농조합법인이 돈돈팜을 상대로 제기한 112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덕원농장은 돈돈팜이 계약을 깬 책임이 있으므로 ‘징벌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돈돈팜은 덕원농장의 책임이라며 99억원 규모의 반소를 제기했다.

울산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에 축사를 둔 덕원농장은 돼지를 5만두 가량 기른다. ‘돼지 소송’의 시작은 2018년 10월이다. 돈돈팜은 이때부터 덕원농장의 축사를 10년간 빌려쓰기로 계약했다. 이 농장이 사육 중이던 돼지를 40억원에 인수하고, 매달 임차료로 2억50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덕원농장은 매년 무항생제 돼지 2만5000두를 생산해 국내 굴지의 생협에 납품해왔다. 생협은 이 돼지로 갈비, 다짐육, 불고기 등을 ‘친환경 돈제품’으로 판매했다. 돈돈팜이 농장을 대신 운영하던 기간에도 생협에 무항생제 돈육이 납품됐다.

문제는 2020년 5월 생협의 불시 검사에서 불거졌다. 농장에서 공급받은 돈육으로 만든 장조림 제품에서 계약 상에선 검출되지 말아야 할 항생제인 설파메타진이 나온 것. 이후 농장 실사에선 돼지 분뇨에서 열병 항생제인 아미노피린까지 검출됐다. 덕원농장 관계자는 “분뇨에서 항생제가 발견된 건 돈돈팜이 주사대신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썼다는 의미로 대규모 병증 발생 우려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돈돈팜 측은 “항생제는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와 기준 안에서 사용된 것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생협과 농장 간 돈육 공급 계약은 해지됐다. 축사를 빌려쓰는 계약은 돈돈팜이 먼저 파기했다. 위탁 초기부터 농장주 측에 안전, 위생문제로 시설 개선을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덕원 측에선 직접 농장을 운영하던 10여년간 생협과의 계약에선 문제가 없었고, 시설관련 문제로 계약을 파기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양측 계약이 파기되면서 이 농장에 있던 돼지의 소유주는 돈돈팜에서 제3의 업체를 거쳐 다시 덕원이 됐다. 위탁계약 종료 시점에 덕원이 돼지를 되사기로 한 환매조건부 계약을 놓고도 양측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돈돈팜은 돼지를 덕원이 사가지 않아 손해를 봤고, 최초에 보증금 명목으로 지급된 돼지 대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덕원은 애초에 ‘건강한 돼지’를 넘겼는데, ‘아픈 돼지’를 본래가격에 되사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규진 덕원농장 대표는 “돈돈팜의 위탁 종료 이후 아픈 돼지 소거와 축사 소독 및 돼지 재구매 등 ‘디팝(depopulation)’을 하느라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20여년간 노력이 돈돈팜과의 위탁계약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