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4요건! 법원은 'OOO'을 주목한다
정리해고의 법문상 표현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다. 정리해고에 대비되는 개념은 통상해고와 징계해고인데, 통상해고와 징계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로부터 유발한 사정이 해고의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정리해고와 차이가 있다. 즉, 징계해고는 근로자에게 비위가 있는 경우, 통상해고는 비위가 아닌 근로자의 사정, 예를 들어 직무능력 결여 등으로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때 허용되는 해고로서, 어느 경우나 쉽게 말하자면 근로자의 탓으로 돌릴 만한 사유가 있다. 다만 대법원은 파산이나 해산과 같이 기업활동의 폐지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 역시 통상해고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으니 이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정리해고는 경영상 필요라는 사용자측 사정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징계해고나 통상해고와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즉 정리해고는 ‘사용자가 경제적·산업구조적·기술적 성격에 기인한 기업합리화 계획 등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 행하는 해고’로서, 법이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기업 경영의 개선이라는 목적의 수단으로 허용한다는 점에 본질이 있다. 정리해고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정당화되는 것도 이러한 본질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가 영미법계 국가, 특히 미국에 비하여 해고의 요건이 엄격하다고 하는데, 이는 정리해고에서 더 뚜렷하다. 최근 트위터나 메타에서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한 사례나 팬데믹 초기 항공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대량 해고가 이어진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정리해고는 ‘쉽게’ 행해지고 이후 경영상황의 변화에 따른 재고용도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개정될 당시 제24조에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명문화하였다. 그 요건은 ①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해야 하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 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등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해고 회피의 노력),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이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별하여야 하고(해당 대상자 선별의 합리·공정성), ④ 마지막으로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사전 협의 절차)이다. 이러한 4가지 요건이 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정리해고를 무효화시키는 성격의 것인지, 아니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고려할 4가지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있으나, 기업으로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위와 같은 요건 및 절차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의 효력 자체가 부인될 심각한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니 각 요건을 세심히 준수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정리해고의 요건 가운데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논의의 출발점이기는 하나, 사실 법관이 이러한 장래 예측의 문제를 자신 있게 판단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그래서 소송 실무상 이 부분은 사용자의 증명책임의 문제로 환원되게 되고, 법원의 판단은 ‘제출된 증거에 비추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수긍’되거나 ‘이를 수긍하기에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② 해고 회피의 노력 역시 회사가 이미 취한 조치 외에 가상의 대안 조치가 실제적으로 가능했는지를 사후적, 관념적으로 평가하는 것인데, 증거에 따라 이미 발생한 사실의 존부 판단을 주된 업무로 해온 법관들에게는 상정된 대안 조치의 가능성, 실효성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과제이다.

반면 ③ 해당 대상자 선별의 합리·공정성은 법관들이 가장 자신있게 개입할 수 있는 요건이다. 법관들은 그 직업을 수행하는 기간 내내 법률이나 규정으로 표상되는 ‘기준’의 내용상 합리·공정성을 따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고, 그 기준을 적용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발생하는지, 그 결과가 본래 기준이 예정한 목적(법률의 경우 입법목적)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그러한 형식적 기준이 실질적으로는 차별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지를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어떠한 조치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을 때 많은 법관들은 주저없이 개입하여 이미 형성된 현실상태를 무효화시키고 올바른 규범에 의한 법률관계의 재형성을 명령하곤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하급심 판결에서도 이러한 법원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회사는 십수 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경영 위기 속에서 고용 조정에 나섰는데, 정리해고의 전단계인 무급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업회생 협조도’, ‘취업규칙 준수동의서 제출 여부’ 등을 선정 기준에 포함시켰다. 더욱이 위 선정 기준에 배정된 점수는 대상자와 비대상자를 구분지을 정도의 결정적 변별력을 가질 정도로 컸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가 설정한 위와 같은 기준이 객관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아 문제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에서 문제된 회사가 실제로 회사에 비협조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근로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그들을 구조조정의 기회에 축출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무급휴직 대상자 선정기준을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법관들은 회사의 동기나 내심의 의도를 떠나 정리해고의 과정에서 회사가 설정한 기준이 내용상 정당한지와 그 기준을 적용하였을 때 실제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리해고는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한 정리해고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되고, 그에 따라 회사가 대상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소급하여 배상해야 한다면 회사는 더 이상 재기가 불가능하게 될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리해고, 피할 수 없다면 잘 해야 한다.

김성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