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정책평가 투표 강행…'불법 집단행위' 여부 두고 공방
사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조합원 대상으로 ‘정부 정책’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정부의 징계 경고에도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공노는 △2023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1.7%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 파면·처벌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노동시간 확대 최저임금 차등 정책 등 7가지 항목에 대해 정책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당 행위가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는 '집단 행위'라는 판단 아래 주최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징계를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주재로 전국 시·도 행정자치국장회의를 개최해 투표 참여를 저지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은 공무원 노동조합법 11조에 따라 파업 등 쟁의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이에 전공노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집단 투표에 나선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66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빼고는 ‘집단 행위’도 불가능하다. 다만 '정당한 노조활동'의 일환이라면 예외적으로 허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투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문제 삼는 투표 사안은 △행안부 장관 처벌 △노동시간 및 최저임금 정책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등 4가지다. 정부 정책일 뿐 공무원의 근로조건 개선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공무원 노조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활동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단 투표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면 당연히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인정 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게 정부의 결론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근무조건 개선과 무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면 공무원 노조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영화 등 정부 정책 사안은 노사 관계에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므로 노조의 쟁의행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게 기존 대법원 판결 등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공노 측은 노동 시간이나 민영화 정책은 정부의 정책이지만 동시에 노동조합의 근로조건과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전공노는 “ILO를 비롯한 국제기구, 인권기구 등에 인권 후진국인 대한민국을 제소하고 정부에 더 큰 투쟁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노정이 강경하게 맞서면서 투표 이후 대규모 징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