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남권 성장축을 세워 지역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상의 제공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남권 성장축을 세워 지역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상의 제공
“부산의 미래는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달려 있습니다.”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현안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회장은 지난 4월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관해 전국 70여 개 지역 상의의 뜻을 한데 모으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3차 프레젠테이션(PT)에 함께 참여해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장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산 경제의 미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봤다.

▷지난해 취임 이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는 부산의 입장에서 현안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산의 주요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완료 등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내년 12월 BIE 총회에서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 이후 개최 준비 과정에서 지역에 필요한 도시 및 산업 인프라가 매우 빠른 속도로 구축될 것이므로, 2030년의 부산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해에는 지역 기업 원로와 상의 위원을 설득해 20억원이 넘는 기금을 모아 범시민유치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동영상 콘텐츠에 방송오디션 포맷을 적용한 UCC 공모전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 엄지척 오디션’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엄지척 오디션은 부산 시민이 직접 제작한 81편의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됐고, 공모전 기간 유튜브에서 46만 회 이상 노출되는 등 지역사회를 넘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어냈습니다.

지난 4월 부산상의에서 개최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결의대회’는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행사였습니다. 이외에도 2025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 유치위원장을 맡아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에 앞서 열린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전으로 부산의 국제행사 개최 능력을 검증받는 예비고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부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최지 발표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고, 개최지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개최 도시 현지실사도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부산시 및 정치계 등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요.

“부산상의가 지향하는 바는 ‘네트워크 플랫폼 for 부산 경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부산 경제 발전에 헌신하고 있는 다양한 경제주체가 부산상의라는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산상의가 다양한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체계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부산상의가 먼저 다가가 사업을 제안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을 위한 소통 플랫폼 구축입니다. ‘온·오프라인 소통 플랫폼’ 구축을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직접 제안했습니다. 부산상의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간편하게 규제 내용을 알리면, 부산상의는 부산시가 새로 마련한 원스톱 현장 소통창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결과까지 민원인에게 빠르게 피드백을 주는 체계입니다.

온라인 소통 플랫폼은 구축 중입니다. 부산시도 현장 소통창구 개소를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시청 1층에 꾸렸습니다. 내년 1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에어부산을 중심으로 한 LCC(저비용항공사) 통합 본사 부산 유치 등 다양한 현안은 물론이고 지역 기업과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부산시, 지역 정치권, 유관기관과 함께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첨단산업 육성과 지원책이 있습니까.

“디지털 전환은 첨단산업 육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 증대가 필요한 산업 전 부문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산업 전 부문에서의 도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인 만큼 지역에 부족한 첨단산업 육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잘할 수 있는 산업군을 발굴하고,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은 금융 분야입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고, 그사이 금융 관련 공공기관들의 1차 이전이 완료됐음에도 여전히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금융산업 전반을 이끌어줄 앵커 기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과 이와 연계한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연쇄 이전은 부산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 부족한 앵커 기능을 채워주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부산시가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은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의 초기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부산이 블록체인특구로 지정된 만큼 부산상의는 특구 내에서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실증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상의 최초로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네트워크 행사를 추진했습니다. 상의 회원사와 스타트업 간의 협업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지요.

“고용으로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를 창업 활성화로 메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 창업은 같은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는 만큼 일자리 창출 승수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떠나는 청년을 잡을 중요한 방법으로 봤습니다.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기업인과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부산상의 이노베이션 밋업(meet-up) 페스티벌 99도’ 행사. /부산상의 제공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기업인과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부산상의 이노베이션 밋업(meet-up) 페스티벌 99도’ 행사. /부산상의 제공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스타트업 99도’ 행사입니다.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있더라도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빈약해 기술과 서비스를 세상에 알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산상의가 플랫폼이 돼 스타트업과 새로운 기술혁신이나 신시장 진출이 필요한 기존 기업들을 한데 모아서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지게차 안전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는 부산상의의 도움을 받아 대기업으로부터 대량 수주를 받았고, 장애인 재택근무 플랫폼 업체는 지역 내 금융권뿐만 아니라 인근 창원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부산상의회관의 한 층 전부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간인 ‘S-space’로 꾸며 4개의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 법규상 설치가 불가능했던 스크린 수영장을 개발한 업체는 부산상의의 도움을 받아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후배 스타트업 기업인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어떠한 상보다도 값진 상이라고 여기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부산에서도 지역산업을 이끌어 가는 유니콘 기업들이 조만간 탄생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계 수장으로서 부산 경제를 위해 구상 중인 비전이 있습니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간극이 이제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불균형을 계속 방치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공멸할 것이 자명합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수도권과 양립할 수 있는 동남권 성장축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동북아시아 대표 복합물류·금융도시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부산이 서울처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만큼 우리가 경쟁력이 있고, 앞으로 잘할 수 있는 △금융 △스마트 제조 △복합물류 △관광·마이스 등 4개의 핵심 산업군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려가야 합니다. 임기 중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더불어 네 개의 성장축을 굳건히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며, 부산의 미래인 청년들의 이탈을 막고 정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스타트업 육성에도 지역 기업인들의 뜻을 함께 모아 전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