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계동 당현천에 백일홍이 활짝 피어 있다. 최근 예년보다 평균 약 7도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자 6~10월에 피는 백일홍이 11월 말까지 꽃을 피우고 있다. 김범준 기자
21일 서울 중계동 당현천에 백일홍이 활짝 피어 있다. 최근 예년보다 평균 약 7도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자 6~10월에 피는 백일홍이 11월 말까지 꽃을 피우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 20일 오후 이촌한강공원. 화창한 날씨에 기온까지 껑충 뛴 이날 ‘한강세븐수상레저’는 수상스포츠를 즐기려는 마니아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11월 중·하순은 예년 같았으면 하루에 많아야 5명 정도 손님을 받던 곳. 한강세븐수상레저 대표 A씨는 “11월 말로 넘어갔는데도 온도가 20도 가까이 올라가니까 손님이 갑자기 서너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강 근처 치킨집들도 올해는 유독 긴 성수기를 즐기고 있다. 교촌치킨 여의도점은 이달 셋째주까지 매출이 작년보다 20% 늘었다.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혔다"…12월초까지 '더운 겨울'
12월이 코앞인데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자 야외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나들이객과 얇은 옷차림으로 운동을 즐기는 이들로 넘쳐난다. ‘초겨울 모기’라는 새 골칫거리도 등장했다. ‘북극 진동’이 차가운 공기를 북극에 가두면서 한반도로 들어와야 할 차가운 공기가 차단된 결과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서울·인천·경기의 최고 기온은 17도로, 10.6도였던 평년 최고 기온보다 6.4도나 높았다. 부산·울산·경남도 이날 기온이 19.9도로, 평년 기온(15.1도)을 크게 웃돌았다. 광주·전남 지역(올해 11월 21일 20도, 평년 11월 21일 14.3도), 대전·세종·충남 지역(19도, 11.8도), 강원 지역(20도, 12.3도), 제주 지역(21도, 16.9도) 모두 마찬가지로 올해 기온이 평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늦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주말 산행객도 증가했다. 설악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이달 방문객(21일 기준)은 12만 명이다. 작년(3만 명)의 약 4배다. 설악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대피소 개방,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다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날이 따뜻해져 사람이 몰린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때아닌 불청객, 모기떼의 극성도 두드러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11월 셋째주까지 유문등(서울 전역 51개소)을 통해 채집한 모기 수는 올해 1379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730마리, 2020년 403마리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서울 당산동에 거주하는 이모씨(33)는 “날이 따뜻해 문을 열어놨더니 생각지도 못한 모기떼가 집안으로 들이닥쳤다”며 “넣어뒀던 모기 퇴치약, 모기향 등을 꺼내고 지난 주말 내내 모기를 잡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겨울을 앞둔 이상 고온 현상을 ‘중단기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단기적으론 한반도 남쪽을 중심으로 최근 1~2주간 고기압이 유독 발달했다.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공기를 몰고 온다. 이에 따라 태평양 부근 온난한 바람이 남서쪽 혹은 남쪽에서 유입됐다는 것이다.

중기 원인으로는 ‘북극진동’이 꼽힌다. 북극진동은 북극을 뒤덮은 찬 공기의 극소용돌이가 수일에서 수십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진동이 강해지면 대기 소용돌이가 빨라져 찬 공기가 북극에 갇히게 된다. 최근 한 달간 북극진동이 강해져 찬 공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고, 결국 한반도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북극진동이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12월 초까지 온화한 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구민기/구교범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