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 한국엔 어떤 영향 있나
기후 재앙을 입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선진국의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와 관련한 기금 조성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개발도상국과 비정부기구(NGO)들은 "역사적 합의"라며 환영 의사표시를 하고 나섰다. 한국이 어떤 추가적 부담을 지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 사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이 당초 폐막일인 18일을 이틀 넘긴 20일 최종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이번 총회는 2015년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감축', '적응', '손실 및 피해', '재원', '기술', '역량배양' 등 주요 요소별로 논의가 이뤄졌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국 총회 정식의제로 채택됐다.

개도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financial facility)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구 창설보다는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 등 손실과 피해 관련 재원의 확대와 녹색기후기금(GCF) 등 이미 존재하는 기구의 기능 강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맞섰다.

하지만 치열한 막바지 논의 끝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위한 기금을 설립하고, 기존의 손실과 피해 재원 지원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기금의 상세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개도국 인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를 설립해 △기금의 제도적 장치 마련, △기존 재원 확장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내년까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의로 '손실과 피해' 부문에서는 한국이 당장 재정 부담국으로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손실과 피해’ 분야에서는 ‘92년 UN 기후변화 협약’과 ‘2015년 파리협정’을 기반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재정을 부담하는 '선진국'을 결정하는데, 92년 UN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므로 당장 재정 부담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UN 기후변화협약이 30년 전 기준이다 보니, 기존 선진국들은 그 이후에 발전을 거듭한 중국이나 사우디 같은 신흥국들도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부 측은 "이후 논의 과정에서 중국에 재정 부담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재정 부담을 지게 된다면 한국도 압박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현재 자발적인 재정지원만 하는 상황이다.

그밖에 '재원(Finance)'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도 재정 부담 의무를 지게 된다. 선진국들은 2025년까지 연간 1000억불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로 재차 확인했다. 이 부문에서는 한국도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재원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다만 일반적인 수준에 그친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 및 관련 기구 직위(132석)에 대한 선거가 시행됐으며, 한국은 적응기금이사회(AFB) 이사(기재부 녹색 기후기획과장) 재임과 재정상설위원회(SCF) 위원(기재부 녹색 기후기획과장) 진출이 확정됐다.

적응기금은 2001년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의 적응사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다자기후기금이며, 이사회는 총 16개국으로 구성된다. 재정상설위원회는 당사국총회의 기후 재원 논의 전반을 주도하는 UNFCCC 부속기구로 총 20개국으로 구성된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기후 재원 논의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COP27에서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발전(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축소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쿠테흐스 사무총장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이 탄소 배출 분야에서 추가로 지게 되는 부담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