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영향·대체교통수단 이용으로 큰 혼잡은 없어
지하철 등 이용 어려운 곳에선 무정차 통과로 '발 동동'
경기 광역버스 입석 중단 첫날…출근길 일부 승객 불편
"평소대로 나왔는데 오늘은 지각 확정입니다."

경기지역 광역버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KD운송그룹이 입석 승차를 제한한 첫날인 18일 오전 7시 50분께 경기 수원시 우만동 4단지 버스정류장.

평소 이 정류장에서 1007번 버스를 타고 서울 송파구 한림예고로 등교하는 여학생들은 30분째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1007번 버스는 수원대학교를 출발해 서울 잠실광역환승센터를 오가는데, 출근 시간대엔 수원 시내를 거치는 동안 좌석이 모두 찬다.

그래서 고속도로 IC와 가까운 이 정류장에서는 대부분 입석으로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부터 입석 탑승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은 해당 버스를 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학생은 "평소보다 30분은 더 기다렸는데 버스를 타지 못해 지각하게 생겼다"며 "이 동네에선 지하철을 이용하면 너무 돌아가게 돼 버스 말고는 등교가 어려운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남양주 다산신도시 금강 2차 버스 정류장에서는 오전 6시가 넘으면서 잠실광역환승센터로 가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

버스 정류장에는 '11월 18일부터 승객 안전을 위해 입석 승차를 전면 중단합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삼성역으로 출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버스 시간을 잘 조정하지 않으면 회사에 늦거나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오늘부터 입석도 안 된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고 말하며 버스에 올랐다.

M 버스들은 오전 6시를 넘기면서 일찌감치 만차 상태였고, 7시가 넘어서자 상대적으로 좌석 여유가 있는 2층 버스도 잔여석이 없어 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기도 했다.
경기 광역버스 입석 중단 첫날…출근길 일부 승객 불편
좌석이 가득 찬 버스의 기사는 승객들이 보도록 차량 앞 유리를 통해 '만석입니다'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다만 비슷한 노선을 운행하는 다른 버스들이 연이어 도착해서 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리는 승객은 없었다.

대체로 버스들은 잔여석 1개, 0개 정도로 아슬아슬하지만, 승객을 모두 태우고 운행되는 분위기였다.

을지로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B씨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잔여 좌석과 버스 위치를 확인하면서 타는데 다행히 오늘은 좌석이 있다"며 "금요일이라서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석 중단조치가 사전에 많이 알려져 대체 교통수단이 있는 곳들은 상대적으로 혼잡이 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성남 분당 이매동 이매한신 버스정류장은 버스가 고속화도로에 진입하기 전 분당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경유하는 곳이라 평소 혼잡한 곳이지만, 우려와 달리 큰 혼잡없이 승객들이 서울 출근길에 올랐다.

M4102번 버스를 타고 분당에서 서울 백병원 방면으로 출근하는 김모(56) 씨는 "입석 금지 취지는 좋은데 예전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증차나 전세버스 추가 투입 등 같은 시스템을 먼저 갖추지 않고 무턱대고 시행부터 하면 버스 이용 시민들만 불편을 겪지 않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역, 광화문 방면 M버스와 전세버스를 타려는 대기 줄에 서 있던 일부 승객은 입석 승차가 허용되는 서울시 인가 광역버스가 도착하자 달려가 그 버스에 오르기도 했다.

입석 승차를 하지 못해 직장에 지각하게 됐다며 발을 구르는 시민도 있었다.

분당에서 종로까지 출근하는 직장인 임모 씨는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앞서 출발한 버스를 못 타 늦게 생겼다"며 "어제는 입석으로 타고 갔는데 오늘은 안 된다고 하니…"라며 발을 굴렀다.
경기 광역버스 입석 중단 첫날…출근길 일부 승객 불편
용인 수지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부 시민도 입석 금지 조치에 대기 시간이 늘었다며 불편을 호소했으나 예상보다 큰 혼잡은 없었다.

매일 서울역으로 출퇴근한다는 한 시민은 "평소 10∼20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만차 2대를 그냥 보내고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수지IC 앞 정류장에서는 5500-2번 단 1개 노선밖에 없는 서울역 방면이 붐빌 것으로 예상됐으나 7시 37분부터 8시 12분까지 이곳을 지나간 버스 3대가 만차였던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잔여 좌석이 1∼34석까지 남은 상태로 지나갔다.

다만 의왕-청계 톨게이트 부근과 의정부 민락IC 부근 정류장에는 만석으로 인한 무정차 통과가 일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 입석 중단 영향으로 출근객들이 대체 교통수단으로 몰리면서 주요 지하철역들도 몸살을 앓았다.

수원 광교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는 김모(37) 씨는 "출퇴근 시간 신분당선은 원래도 붐비지만, 오늘은 유난히 탑승객이 많았다"며 "버스만 과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지하철도 마찬가지인데 대책이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입석을 중단하는 경기지역 광역버스는 KD운송그룹 계열 14개 업체로, 모두 146개 노선이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을 오가는 준공영제 공공버스는 112개 노선 1천123대로, 경기도 전체 공공버스 220개 노선 2천93대의 51%에 달한다.

광역버스 입석 승차는 원칙상 금지돼 있으나, 그간 버스업체들은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 탑승을 용인해왔다.

그러다 지난 7월 일부 버스 업체 노조가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입석 금지 준법투쟁에 나서며 입석 승차를 중단하게 됐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 마지막까지 입석 승차를 용인했던 KD운송그룹 계열 13개 버스업체가 입석 승차 중단에 동참했다.

이로써 사실상 경기지역 전체 광역버스에서 입석 승차가 제한된 셈이다.

KD운송그룹 계열 광역버스의 입석률은 3% 남짓으로, 하루 평균 2천925명이 입석 중단으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경기도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버스 공급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 및 수도권 지자체와 함께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대응 협의체'를 상설화해 승객 불편과 혼잡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등 입석 문제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부터 전세버스,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9월에 수립한 '광역버스 입석대책'에 따라 늘리기로 계획된 68대의 차량도 내년 초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