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고사장으로 향하는 자녀를 안아 주고 있다. / 사진=허문찬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고사장으로 향하는 자녀를 안아 주고 있다. / 사진=허문찬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7일 오전 7시41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수능 시험장을 향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번 수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러지는 세 번째 수능이다. 떠들썩한 응원 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험생들이 속속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온도는 5도로 예년과 같은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바람이 불어 쌀쌀했다.긴장을 풀어주려 자녀의 뒷모습에 "긴장하지마", "화이팅!"이라고 말하는 학부모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녀가 놓고 간 수첩이나 보온병을 챙겨주며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딸의 손을 꼭잡고 고사장으로 향하던 이윤옥(50) 씨는 "딸이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하는데, 올해 꼭 붙었으면 좋겠다"며 "국어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잘 치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 손에 국어 지문 프린트물을 쥔 고서영(20) 씨는 어머니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홀로 버스타고 시험장으로…차분한 분위기

이날 홀로 이어폰을 꽂고 수능장을 향하던 박 모양(19.신도림고)은 정시 준비생이다. 그는 긴장감과 초조함이 섞인 진지한 표정이었다. 수능 시험장에 늦을까봐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오는 길에 손이 다 떨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부모님을 포함해서 고등학교 1, 2학년 후배들까지 모두 응원을 해줬다"며 "모르는 사람들의 응원까지 다 받았다"고 흐뭇하게 시험장으로 향했다.
서울여의도여자고등학교 수학시험능력시험장에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서울여의도여자고등학교 수학시험능력시험장에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단짝친구와 함께 여의도여자고등학교를 찾은 최모 양(19)과 김 모양(19)은 "많이 긴장이 된다"면서도 "우리 시험 잘 보고 오자"고 떨리는 목소리로 결의를 다졌다. 특히 정시를 준비한다는 김모(19) 양은 "이번 수능을 못 보면 재수할 생각이다"며 "반도체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시전형이든 정시전형이든 떨리는 건 매한가지였다. 최 모양은 "수시로 붙어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많이 떨린다"며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은데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맞추면 된다"고 전했다.

수능 현장은 '몇 시간 뒷면 시험이 끝난다'는 즐거움과 '수능 시험을 앞둔 떨림'이 반반 공존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수능장을 찾은 건 모양(19.오류고)는 "끝날 생각하니 안 떨리고 즐겁다"며 "잘 할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외동딸을 배웅해주고 왔다는 이명란(55) 씨는 "딸이 긴장을 덜하기 위해 일찍 오자고해서 아침 6시에 고사장에 왔다"며 "교문 안까지 들어가 딸을 응원하고, 카카오톡으로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시험이 끝나면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동안 고사장 앞을 떠나지 못했다.

셋째 딸을 응원해주고 왔다는 김은미(51) 씨는 "지난해엔 실수를 해서 재수를 하게 됐다"며 "이과생이라 국어가 어렵다는 말을 했는데, 올해는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씨는 "수능이 끝나면 가족끼리 짜장면을 먹는 전통이 있는데, 올해도 시험 끝나면 마중나와서 식사하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전 8시가 임박하자 서두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수능 고사장으로 학부모가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수능 고사장으로 학부모가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예년 출제기조 유지, 선택과목 유불리 최소화"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응시생은 50만 8030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실시되는 세번째 수능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1791명 줄어든 50만8030명이다. 재학생은 전년 대비 1만471명 감소한 35만239명(68.9%), 졸업생은 7469명 증가한 14만2303명(28.0%), 검정고시 등은 1만5488명(3.1%)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을 합한 비율은 31.1%로 1997학년도(33.9%) 이후 2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편 수능 출제위원장인 박윤봉 충남대 교수는 올해 수능에서 예년 출제기조를 유지했으며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박 위원장은 이번 수능의 난도 수준에 대해 "지난해부터 EBS (연계) 비중이 축소된 것이 '불수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이번에는 (EBS) 연계도가 축소되는 반면 어떻게 하면 체감 연계도를 높일 수 있을지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2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 출제기조를 유지하려고 했다"고도 했다.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