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했다.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했다.사진=연합뉴스
친야 성향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무단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고발장 접수가 잇따랐고, 일부 유족들도 항의하고 나섰다. 해외 사망자 명단도 포함되면서 주한 대사관을 통해 항의해 온 경우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외교 참사'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 공개됐던 이태원 사망자 155명의 명단 포스터는 삭제된 상태며 20여명의 이름도 지워진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명단이 유출된 경위부터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름 불러야 애도'라더니…"이태원 희생자 동명이인 많아" 해명
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대표는 "이태원 참사 명단을 그렇게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담당 공무원밖에 없다"면서 "유출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명단은 정부밖에 알 수가 없다"면서 "경찰, 검찰, 행안부 등 정부 내에서만 취합하고 권한 있는 사람들에게만 공유되었을 명단 전체가 유출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이 금지하는 공무원의 개인정보 무단 유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매체 측은 유족에게 "성별·나이·사진이 없고 동명이인이 많은 이름이라 특정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떡볶이 먹방을 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시각도 많았다.

이에 대해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16일 TV조선 '신통방통'에 출연해 "떡볶이 광고 불편한 분 있을 듯하다"면서 "뉴미디어 방송 환경 차이 때문이다. 뒷배경 화면이 광고 섞이며 불편한 오해를 줬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첼리스트가 동석한 청담동 술자리에서 새벽까지 노래를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더탐사 측은 "청담동에서 술 먹다가 압사했다면 명단 공개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나 핼러윈에 올라갔다가 사망한 젊은 넋을 위로하는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 실명을 유족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개한 것은 유족에 대한 끔찍한 테러이자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라며 해당 매체를 고발했다.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이미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보도했는데 우리 언론은 침묵해왔다"면서 "정부에서 사망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을 때 정부를 대신해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서 명단을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신 보도의 경우 유가족의 동의를 기반으로 보도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