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중재, 팬데믹 거치며 일상화…효율·비용절감 효과 크다"
대체적 분쟁해결수단(ADR)은 법원에서 벌이는 소송 외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절차를 말한다. 중재와 조정이 여기에 속한다. 법무부, 대한상사중재원(KCAB),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일상회복을 위한 연대: 회복, 복원, 보정’을 주제로 ‘제11회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를 지난 9~10일 온라인으로 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상 등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중재 진행이 활성화된 상황이다.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이런 변화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어봤다. 최근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콘퍼런스는 영어로 진행됐고 한국어·중국어 동시통역을 제공했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5만 명(누적 접속자 수)이 참석하는 등 행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았다. 이번 콘퍼런스를 연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은 “한국에서 국제중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제중재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해 중재사건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10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제공
지난 9~10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제공

“국제중재, 신속성 더 높여야”

‘일상회복을 위한 중재 기관 간 연대의 중요성’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패널들은 화상 중재 활성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먼 지역에서 중재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줄면서 중재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김세인 KCAB 사무총장은 “화상을 활용한 중재가 활성화되면서 중남미·아프리카 등 그간 도달하기 어려웠던 지역에 진출하는 중재기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간 이동할 수 있는 최근 상황에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마이클 리 국제분쟁해결센터(ICDR) 부회장은 “화상 회의가 2시간 이상 이어지면 참석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하는 등 적절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 중재가 활성화되면서 예전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신속성’은 당사자들이 재판 대신 중재를 찾는 이유로 꼽히는데, 지연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다른 세션에서 안드레스 야나 리네츠키 재너앤길 파트너변호사는 “중재 규칙에 신속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둔 국제중재 기관은 늘었지만 ‘조기 기각’이 이뤄지는 사례는 드물다”며 “비대면 중재 못지않게 신속하게 사건을 진행할 수 있는 여러 규칙을 중재 기관이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SDS 규칙 현대화 필요

최근 중재 판정이 난 론스타 사건으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ISDS 개정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멕 키니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총장은 ICSID가 올해 내놓은 ISDS 규칙 개정안에 관해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ISDS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방법과 이해충돌 방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키니어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폐쇄적으로 진행돼온 ISDS 절차를 바꾸기 위해 중재 심리를 원칙적으로 공개 진행하고, 양 당사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판정문을 공개하는 투명성 제고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고 했다.

안나 주빈브렛 UNCITRAL 사무총장은 “항소법원 설립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현재 ISDS는 ‘단심제’를 원칙으로 하며, 항소 절차가 없다. 판정 취소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라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UNCITRAL 내 ‘워킹그룹’을 만들어 ISDS 개혁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게 주빈브렛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최한종/오현아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