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시험 AICE 사전 특별 시험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지난달 7일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시험 AICE 사전 특별 시험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서울 월계동 광운인공지능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60명의 학생들이 모인 교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오전 11시 시험을 시작하는 알람이 울리자 학생들은 일제히 각자 앞에 놓인 노트북으로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 시험 화면에 접속했다.

숨죽인 공간, 클릭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고 학생들은 초집중 모드에 들어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학생, 문제 푼 것을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하는 학생, 수많은 데이터 사이로 빠르게 내려가는 스크롤. 1시간의 시험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1개월의 준비 기간, 90% 합격

지난달 7일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시험 AICE 시범 시험에 참여했다. 총 60명 학생이 AICE 베이식(BASIC) 전형에 응시했다. 베이식 전형은 실무에서 많이 쓰일 법한 AI 데이터들을 코딩 없이 분석하는 내용이다. 미세먼지량 예측, 중공업 수주량 예측 등 실사례에 기반한 문제에 대해 알고리즘을 어떻게 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답은 무엇인지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번 시험에선 54명이 합격 기준 점수인 80점을 넘기며 합격했다. 90%의 합격률이다. 100점 만점자는 37명이었고 90~99점은 14명, 80~89점은 3명이었다. 기업, 관공서 등 다른 기관에서도 시행한 시범 시험에서 AICE 베이식 전형 합격률이 56%였던 것에 비하면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이 빼어난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시험 과정을 총괄한 이기준 광운인공지능고 인공지능컴퓨팅과 부장 교사는 “1개월 동안 AICE 시험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교육했고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했다”며 “결과가 좋게 나온 것도 중요하지만 준비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AI와 관련된 종합적인 이해력이 올라간 게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들은 AICE 시험에 대해 “AI에 관심을 갖고 충분히 노력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이성호 군(광운인공지능고 2학년)은 “올해 5월 처음으로 AI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며 “KT에서 마련한 AICE 교육 과정을 성실하게 따라왔더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몸으로 부딪쳐 배우니 효과적”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은 9월부터 AICE 베이식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학교 측에서 KT에 문의해 AICE 시범 시험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준비 과정은 총 1개월로 KT에서 제공한 AICE 시험 대비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로 학습했다.

1주일 2회 1시간 VOD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고 이후 학교에서 배정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추가 교육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모델링을 다루는 실습 과정도 거쳤다.

이 부장 교사는 “자격증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아이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며 “특히 한국경제신문사, KT 등 권위 있는 기업에서 보장하는 자격증이었기에 동기 부여가 더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번 시험이 AI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차원 군(광운인공지능고 1학년)은 “지금까지 AI 관련 학습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대부분 영상으로 실습한 것뿐이었다”며 “시험을 보려면 직접 실습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치니 AI가 무엇인지 개념을 잡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은 이번 시험 이후에도 어소시에이트, 프로페셔널 등 베이식보다 높은 단계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부장 교사는 “베이식 단계는 개념을 잡는 과정이었다”며 “현재 1, 2학년은 코딩도 배워서 어소시에이트 시험을 볼 예정이고 여력이 된다면 프로페셔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최한종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