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를 찾아 마드리드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를 찾아 마드리드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북쪽 만사나레스강 상류에 있는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 지상에서 22m 밑에 있는 저류조 공간에 들어서자 사방이 막힌 대형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나타났다. 바닥 면적 기준으로 축구장 5개를 합친 규모(3만5000㎡)로, 40만㎥ 저류 용량을 갖춘 유럽 최대 지하 빗물 저류조다. 마드리드시가 2008년 1747억원을 투입해 건설했다.

330만여 명의 마드리드시 주민이 사용한 생활 하수와 빗물은 각각 하수관과 우수관을 거쳐 한 곳으로 합쳐지고, 3.6㎞ 길이의 집수관(지름 6.7m)을 타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온다. 잔여 저류용량이 넉넉하면 물을 한동안 가둬두기도 하고, 용량이 다 차면 다시 만사나레스강으로 방출한다. 방출 전에는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정수 방식의 하수처리 과정을 거친다.

마드리드시는 외곽 만사나레스강을 따라 설치한 총 36개 빗물 저류조와 이 저류조들과 연결된 대형 집수관을 통해 도심지 침수와 가뭄에 대응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빗물 저장고가 되기도 하고, 강 유량이 부족해지면 모아둔 물을 풀어주는 일종의 ‘지하 댐’ 역할을 하고 있다. 총 36개 빗물 저류조의 저류 용량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391개를 합한 정도인 132㎥에 달한다. 마르타 로페스 산체스 마드리드시 하수도과장은 “마드리드는 강우량이 많지 않지만 한 번 내릴 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평균 1년에 두 차례 정도 침수 피해 대비용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와 연결된 대형 집수관은 서울시가 설치하려고 하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서울 도심에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빗물을 주변 하천과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집중 호우로 피해가 컸던 강남역 주변을 비롯해 광화문, 도림천 일대 등 3곳에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시설 설치를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기본계획용역 공고가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날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년 정도를 돌아보면 이젠 장마철이라고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강수 패턴이 바뀌었다”며 “마드리드가 13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이 시설이 집중호우 피해 방지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홍수 예방 기능도 중요하지만 수질 오염을 생각해서 하수처리 시설에 신경 쓴 게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마드리드=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