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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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먹통 사태’ 피해 보상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측 보상 방침과는 별도로 민사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재연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사건 발생 하루 만인 지난 16일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200여 명에 가까운 손해배상 소송 참가자를 모았다. 신 변호사는 20일 “카카오가 내놓는 보상 방안을 보고 나서 소장을 제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 이용자에겐 명백한 ‘계약불이행’

법조계에선 카카오 먹통을 카카오의 불법행위로 볼 수 있는지,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 등이 이번 집단소송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손해액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생각보다 까다로운 요건이 많아 소송의 성패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우선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불법행위가 있을 것, 손해가 있을 것,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등이다.

카카오T 택시 기사, 카카오톡 채널 이용 사업자 등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의 손해배상 여부를 따질 때 카카오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에선 ‘채무불이행’이라는 관점에서 가능하다고 봤다. 이민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가령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 기사는 카카오에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하고 사측은 콜을 제공해야 하는 상호 간 의무가 있다”며 “시스템 마비로 사측이 계약을 위반했으니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를 입증해 배상을 받는 방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위법한 과실’을 입증하는 게 난도가 높아서다. 이미 카카오가 SK C&C와 책임소재를 다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해 규모를 입증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이 변호사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카오가 마비된 시간대의 통상적인 수입 금액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액 자체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의 손해액은 월 이용료를 일 단위로, 또 시간 단위로 나눠 계산될 것”이라며 “이 경우 월 10만원 서비스라 하더라도 배상액은 몇천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무료 서비스 배상 가능성 희박

법조인들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배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기대이익이 크지 않다”며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마비와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다른 매체를 사용해 영업할 수 있지 않았냐’는 주장도 법정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이 마비됐더라도 라인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 앱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유사 사건 발생 시 ‘리딩 케이스’ 될 듯

이번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일종의 ‘리딩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만수 법무법인 해랑 변호사는 “이번 카카오 대란은 이용자도 수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고, 서비스 장애도 장시간 이어졌다”며 “판례가 정립된다면 다른 플랫폼 업체에 경고 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리딩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카카오 대란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 변호사는 “카카오처럼 온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마비될 땐 입증할 수 없는 손해도 있고, 배상금을 받더라도 소액에 그칠 수 있다”며 “이마저도 1심 선고를 받는 데만 3~5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사태는 국가나 대의기관이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소상공인피해자연합, KT 등이 모여 피해 일수당 60만~100만원의 보상액을 지급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