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교훈으로 감염병 진단분석 강화…바이러스 유전체 정밀 분석
코로나19 발생 직전 공교롭게도 유사 모의 훈련…매일 변이 관찰 중
[르포] 코로나 3년 최전선 파수꾼…질병청 진단분석실 첫 공개
2019년 12월 17일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 신종병원체분석과는 "중국에서 첫 발생한 원인 불명의 호흡기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모의 도상훈련을 실시했다.

과거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를 겪은 만큼, 만약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한다면 같은 코로나 계열 호흡기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분석법을 대비해둔 것이다.

불과 며칠 후인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 폐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질병청은 모의 도상훈련을 한 '원인불명 검사분석 태스크포스'를 2020년 1월 3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그로부터 3주 후인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공식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에 있는 질병청에서 기자단과 만난 유천권 감염병진단분석국장은 "메르스를 계기로 감염병이 터졌을 때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2019년 12월에 질병청 실무자들이 감염병 유입 시나리오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여 모의 도상훈련을 실시했다"며 "신종 감염병은 인플루엔자(독감)나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서 진단법을 대비해 둔 것이 코로나19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며 국내 발생 후 빠르게 대응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르포] 코로나 3년 최전선 파수꾼…질병청 진단분석실 첫 공개
질병청은 코로나19 국내 첫 발생 1천일(10.15)을 즈음해서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병원체를 진단·분석하는 실험실을 언론을 통해 외부에 최초로 공개했다.

실험실은 바이러스 염기서열분석(시퀀싱·sequencing)을 통해 유전체 구성 변화를 분석하고, 변이 발생과 특성을 관찰한다.

현재 코로나19는 지역별 선별진료소나 병·의원에서 진단하고 질병청이 그 세부 분석과 변이 관찰을 위한 정밀 유전체 분석을 실시한다.

실험실 구조는 오염을 막기 위해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유전자검사실에서 2020년 1월 첫 국내 환자 확진이 이뤄졌다.

1월19일 저녁에 1호 환자 검체가 질병청으로 들어와 그날 늦은 밤 1차 양성 결과가 나왔고, 20일 새벽 최종 양성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감염병진단국 전 직원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기다렸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 1호 환자 검체가 들어왔을 때 정말 많이 긴장하고 실험을 했는데 양성 결과가 나와서 직원들끼리 '진짜냐'고 서로 되물었다"며 "정말 양성인지 컨펌(확정)하기까지 정말 떨렸다"고 말했다.

[르포] 코로나 3년 최전선 파수꾼…질병청 진단분석실 첫 공개
당시 실험실의 주요 장비는 2대였는데 코로나19 3년을 거치며 현재 7대까지 늘었다.

유전체 분석 장비는 분석 원리와 한번에 처리 가능한 샘플 수, 분석 소요 시간 등에 따라 다르다.

현재 질병청에 있는 최고가 분석 장비는 2020년 6월에 들여온 전장염기서열 생산 장비로 가격이 5억1천900만원이다.

이 장비는 최대 400개의 샘플을 72시간 내에 처리·분석한다.

실험실은 병원체 진단 실험실과 유전체 분석 실험실로 나뉜다.

검체가 질병청으로 들어와서 유전자 검사까지는 병원체 진단 실험실에서, 그 이후 정밀 염기서열 분석은 유전체 분석 실험실에서 이뤄진다.

김은진 신종병원체분석과장은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이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변화와 특성을 면밀히 관찰·분석해 대응 정책 근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부터 현재까지 매일 바이러스를 정밀 분석하며 미래 변이 탐지 기능까지 하는 이 실험실이 감염병 최전선 파수꾼인 셈"이라고 말했다.

[르포] 코로나 3년 최전선 파수꾼…질병청 진단분석실 첫 공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고위험군 집중 관리 위주로 전환하면서 내년도 질병청 예산은 올해보다 약 37% 줄어든 3조6천985억원으로 배정됐다.

그 가운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중요성이 부각된 진단·분석 분야 예산은 이전보다 늘었다.

변이 바이러스 감시 강화를 위한 예산의 경우 내년 108억원으로 올해보다 107% 증가할 예정이다.

유천권 국장은 "과거 메르스 아픔을 경험으로 2016년 진단국이 개설된 이래 진단·감시 기능을 키워왔다"며 "코로나19에 있어 해외 다른 나라들이 질병청의 분석 결과를 많이 요청·인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르포] 코로나 3년 최전선 파수꾼…질병청 진단분석실 첫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