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산 홉 생산을 축하하는 축제에서 클래식과 재즈공연이 열렸다.
(1) 국산 홉 생산을 축하하는 축제에서 클래식과 재즈공연이 열렸다.
지난 7월 16일 경북 의성군 단북면의 홉 농장 홉이든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홉과 국내 브루어리가 협업해 만든 생홉 수제맥주 쇼미더홉 출시를 축하하는 쇼미더프레쉬홉 페스티벌이 열렸다. 국내에서는 홉 생산의 명맥이 끊겨 상업맥주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 홉이나 펠릿을 사용한다. 외국처럼 갓 생산한 홉을 재료로 한 제철 수제 맥주를 맛본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국산 홉 종자를 생산하는 홉이든 농장주 장소영·김정원 대표와 의성에 수제 맥주 공방과 펍인 호피홀리데이를 창업한 김예지 대표는 이런 꿈 같은 일에 도전해 ‘맥주도시 의성’을 창조하고 있다. 지난 7월 맥주 생산을 축하하는 페스티벌에는 클래식과 재즈밴드의 공연이 열렸다. 인구 소멸 위기 국내 1위 지역인 의성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의성뿐 아니라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이미 전설이 돼가는 로컬의 변화다.

홉은 국내 생산이 드물어 하늘로 높이 뻗어 올라간 줄기와 꽃으로 뒤덮인 농장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홉 수확 철을 맞아 세 명의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브루어리와 협업해 시즌 맥주(제철 맥주) ‘의성라거’와 ‘쇼미더홉’ ‘안계평야’를 출시했다. ‘맥주도시 의성’의 역사적인 출발을 청년 농부와 창업가들이 이루고 있다.

의성 안계평야에 펼쳐진 국내산 홉 농장과 수제맥주 펍

장 대표 부부의 농장과 김 대표의 펍이 있는 단북면과 안계면은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는 의성군 비안면과 인접한 곳이다.

의성이 고향인 장 대표(45)는 동갑내기 남편과 5년 전 국산 홉을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품고 의성으로 내려왔다. 홉이든의 홈페이지에는 이 부부가 꿈꾸는 ‘맥주도시 의성’의 비전이 의성군 지도와 함께 상세하게 펼쳐져 있다. 장 대표는 16년간 무역업에 종사하다 남편과 함께 귀촌했다. 귀촌 5년차를 맞아 사과대추 1200평, 홉 2300평을 경작하고 있다.
(2) 장소영·김정원 홉이든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홉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홉이든 제공
(2) 장소영·김정원 홉이든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홉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홉이든 제공
장 대표는 “홉이든과 호피홀리데이는 ‘맥주도시 의성’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두 기업이 있는 서의성 지역은 1000㏊에 이르는 아름다운 들녘이 펼쳐진 경북 최대 평야 지대다. 장 대표의 꿈은 안계평야의 10%인 100㏊를 홉 밸리로 만드는 것이다. 부부는 5년간 열심히 사과대추를 생산해 번 돈을 홉 농장을 가꾸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맥주도시 의성’은 단북면의 홉 농업단지, 다인면에 수제맥주 생산과 가공단지, 안계면에 수제맥주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홉 농장을 비롯해 맥주보리 농장, 연구소, 리조트, 홉 가공처리 공장이 포함돼 있다.

장 대표는 “홉 농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인 데다 높이 자라는 홉 줄기와 꽃은 경관 조경의 대상도 돼 축제와 교육, 경제가 함께하는 미래 유망 농업”이라고 말했다. 서의성에서 가장 번화한 안계면에는 수제맥주 관광단지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제맥주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호피홀리데이 같은 펍과 공방, 맛집, 양조장이 수제맥주거리를 형성하고 각종 페스티벌과 트레일 등 수제 맥주의 성지로 바뀔 전망이다. 장 대표는 “서의성 지역은 지금도 3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지만 신공항이 들어서면 중국 일본에서도 멀지 않는 곳이 된다”고 말했다.
(3) 김예지 호피홀리데이 대표가 의성에서 생산된 홉이든의 홉으로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
(3) 김예지 호피홀리데이 대표가 의성에서 생산된 홉이든의 홉으로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

국산 홉 사용한 제철 수제맥주 ‘의성라거’ ‘안계평야’ 전국에서 인기

(4) 김예지 대표가 국산 홉으로 만든 쌀맥주 ‘안계평야’를 안계평야를 배경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호피홀리데이 제공
(4) 김예지 대표가 국산 홉으로 만든 쌀맥주 ‘안계평야’를 안계평야를 배경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호피홀리데이 제공
장 대표 부부와 김 대표의 ‘맥주도시 의성’의 꿈은 올해부터 실현되고 있다. 국내 브루어리와 호피홀리데이 등이 국산 홉으로 만든 의성의 수제맥주와 라거 브랜드를 생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들이 올해 OEM으로 생산한 ‘의성라거’와 ‘쇼미더홉’은 완판됐다. 신제품 디자인은 모두 홉이든 김 대표의 작품이다. 이들은 전국 펍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의성맥주를 공급하고 있다. 김예지 대표는 “강의와 수제맥주 공방 수업에 원정 홍보 판매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의성으로 내려온 것도 장 대표 부부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국산 홉으로 생산한 맥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에서 애호가들이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의성 맥주가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추가 발주가 이어진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전국 브루어리와 애호가들의 응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