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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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4년제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총 18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비슷한 기간 해외 명문 사립대들은 체계적인 투자로 대규모 수익을 올려 대조를 이뤘다.

국내 대학의 투자 손실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담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돌아오는 만큼 사립대 학교법인의 금융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 대학 60%가 마이너스 수익률

9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한 사립대 42곳이 총 1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42곳 중 절반 이상인 25개 대학이 손실을 냈는데, 이들의 투자손실액만 따지면 270억원에 달한다.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영남대로 5억4193만원의 투자 원금이 1878만원(수익률 -96.5%)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뒤로 경남대(-64.5%), 경동대(-53%), 우송대(-14.6%), 대구가톨릭대(-11.7%) 등이 큰 손실을 냈다.

적립금은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등이 교육시설을 짓거나 장학금·연구활동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쌓아두는 돈이다. 대학은 적립금의 2분의 1 한도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사립대 중에서 좋은 투자 성과를 낸 곳도 있다. 서강대는 195억7612만원의 투자원금을 221억6663만원으로 불렸다. 수익률로 따지면 13.2%다. 포스텍도 9.6% 수익률을 내며 지난해 금융투자로 36억3068만원을 벌어들였다.

하버드, 수익으로 3조 운영비 마련

하버드 16조 벌 때 국내 사립대 270억 손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유명 대학들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눈길을 끈다. 미국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2021회계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에 33.6%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전 두 해 수익률도 각각 7.3%, 6.5%를 기록했다. 투자 수익으로 전체 기금 규모는 이전 회계연도보다 113억달러(약 16조2618억원) 증가한 532억달러(약 76조6080억원)를 돌파했다.

HMC는 이 수익을 기반으로 20억달러(약 2조8794억원)의 학교 운영 예산을 하버드대에 지급했다. 대학 전체 운영 예산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포트폴리오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HMC가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한 자산은 사모펀드(34%)와 헤지펀드(33%)다. 한 해 동안 각각 77%, 16%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스탠퍼드대도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SMC)의 대규모 기부금 투자 수익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이 같은 수익을 연구비에 쏟아붓고, 국내 대학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투자 전문성·투명성 높여야”

전반적인 투자 여건과 기금·적립금 규모 측면에서 국내 사립대와 해외 유수의 대학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해외 대학들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해 투자의 기초가 되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버드대는 매년 회계 보고서를 발간해 구성원은 물론 외부인도 HMC의 대략적인 포트폴리오와 투자 방향성을 알 수 있도록 공표한다. 2018년부터는 하버드대 교수들로 꾸려진 ‘리스크 감수그룹’을 만들어 어느 정도의 투자 리스크를 감수할지 논의하고 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국내 사립대의 투자 손실은 대학 연구시설·학생 지원 축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투자를 규제하기보다는 대학들이 전문성을 갖춘 기금 운용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