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유니레버, 새 공급사와 계약할 때 반드시 ‘OOO’를 확인한다[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⑮]
도브, 바셀린, 스너글 등의 여러 유명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세계적인 인권경영 선도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레버 경영진은 2014년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을 이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2015년에 UN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독립된 형식의 인권 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하기도 했다.

유니레버는 독자적으로 ‘중대한 인권 문제’를 선정한 뒤 경영 및 공급망 전반에 걸쳐 해결하고자 하는 인권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유니레버의 중대한 인권 문제는 차별, 공정 임금, 강제 노동, 결사의 자유, 괴롭힘, 건강과 안전, 토지권, 근로시간 등 8가지다.

이와 함께 유니레버는 “중대한 인권 문제 목록은 완전하지 않으며 모든 종류의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중대한 인권 문제 목록은 사회, 기술 등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레버, 새 공급사와 계약할 때 반드시 ‘OOO’를 확인한다[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⑮]
유니레버는 기업의 인권존중책임과 인권실사를 모범적으로 내재화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기업이 관련되거나, 관련될 수 있는 잠재적이고 현실적인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인권실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니레버의 인권실사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여러 해외 사업장이나 공급망을 대상으로도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유니레버는 2016년 미얀마, 2019년에 과테말라, 태국, 터키에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2016년 미얀마의 인권실사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이 회사는 인권실사를 통해 확장된 공급망의 일부 공급업체 내에서 규칙적인 패턴의 차별적인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야자설탕의 수확 과정 중에서 일부 아동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야자수 열매 채집자의 안전 문제도 확인했다.

또한 유니레버는 협력회사들을 상대로도 인권 및 노동권에 대한 유니레버의 ‘책임 있는 소싱 정책(RSP, 공급업체 대상)’ 및 ‘책임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 정책(RBPP, 유통 네트워크 대상)’을 준수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유니레버, 새 공급사와 계약할 때 반드시 ‘OOO’를 확인한다[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⑮]
유니레버는 160여 개 국가의 협력회사 약 5만4000여 곳을 상대로 인권, 노동, 반부패, 건강ㆍ안전, 윤리, 환경 관련 12개 원칙을 제시했고 이를 계약서에 포함해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한다.

나아가 유니레버는 2021년에 ‘RSP Firs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새로운 공급업체가 유니레버의 RSP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 후,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새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와 같은 유니레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니레버는 가치 사슬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여러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원칙 아래에 보편적인 인권과 노동권,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존중하면서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유니레버의 선언과 구체적인 노력은 많은 기업에 귀감이 될 것이다.
유니레버, 새 공급사와 계약할 때 반드시 ‘OOO’를 확인한다[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⑮]
장현진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사회법 박사과정 수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