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초·중등 소프트웨어(SW) 수업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따르면 학교 마음대로 시수를 늘려도 그만, 늘리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이대로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6년을 통틀어 단 17시간의 SW 교육을 받게 됩니다.”

7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2022 개정 실과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에 참석한 박선주 광주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2일 내놓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방안’에선 초·중등 SW 교육을 대대적으로 늘릴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 교육과정에는 수업시간 확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현재 초등 5~6학년을 통틀어 17시간, 중등 1~3학년을 통틀어 34시간인 SW 교육 시수를 각각 34시간, 68시간으로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개정 교육과정에는 시수를 선택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총론 시안은 ‘(초등학교) 실과 교과 내 정보교육은 학교 및 학생의 필요에 따라 학교 자율시간 등을 활용해 34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34시간 이상의 정보교육이 필수가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중학교 정보 교과도 마찬가지다.

정보교육 시수 확대에 따라 추가되는 교육 내용도 찬밥 신세다. 실과 교과서 본문에 수록되지 않고, 교과서에 딸려 나오는 ‘부록’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승기 서울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추가되는 17시간에 해당하는 교육 내용이 부록에 들어가게 되면 실제 수업에서 제대로 다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교사들이 정규 교과서 진도를 나가기도 바쁜데, 부록까지 가르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정보 교과목을 설계하는 실무자들도 34시간짜리 교육과정과 68시간짜리 교육과정을 구분하고 있다. 학교들이 34시간과 68시간 교육과정 중 하나를 골라서 사용하라는 의미다.

현행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의 정보 수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초등학교에는 따로 정보 과목이 없고, 실과 과목 중 일부 단원에서 정보교육을 한다. 바느질, 요리 등과 함께 코딩을 배우는 식이다. 동아출판의 초6 실과 교과서는 5개 단원 중 앞 세 단원은 가족, 농업, 가정생활을 다루고 나머지 2개 단원에서 SW를 다룬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시수를 두 배로 늘려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 고양시 백신중학교에선 정부의 확대 계획인 68시간만큼 정보 교과를 가르쳐 다른 중학교보다 수업시간이 두 배로 길다. 그럼에도 정웅열 백신중 정보교사는 “정보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정규 수업시간으로는 영국·중국 학생들이 배우는 파이선 학습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