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출범 21년 만에 폐지돼 양성평등, 여성고용 확대 등 주요 기능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흡수된다. 국가보훈 체계 강화 차원에서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부로 격상되고, 재외동포 지원정책을 수행하는 재외동포청이 외교부 산하에 신설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여가부는 사라지고 핵심 기능이 복지부로 이관돼 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설치된다. 이 조직은 기존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지원 정책에 ‘인구’와 ‘노인’을 추가해 관련 정책을 펴게 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에게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처럼 장관과 차관 중간의 위상과 예우를 부여하기로 했다. 여가부가 수행하던 여성고용 기능은 통합적 고용 지원 차원에서 고용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신설된 뒤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의 가족정책 기능을 이관받아 여가부로 확대 개편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걸었고, 출범 21년 만에 폐지가 확정됐다. 이 장관은 “여성 불평등 개선에 집중했던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불공정 이슈는 이제 성별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상이 격상된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부서권, 독자적 부령권을 지니고 국무회의와 관계 장관회의 참석 권한 등이 강화된다. 현재 보훈처장은 국무회의 배석·발언권은 있으나 심의·의결권이 없고 부령 발령권도 갖고 있지 않다. 신설되는 재외동포청(차관급)은 외교부의 기존 재외동포 정책 기능과 재외동포재단의 사업기능을 부여받는다. 지난해 기준 732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 관리·지원을 위한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정부 내 공감대에 따른 결정이다.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정부조직은 18부·4처·18청·6위원회(46개)에서 18부·3처·19청·6위원회(46개)로 바뀐다.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우주항공청’과 ‘출입국이주관리청(가칭)’은 연내 설립 방안을 마련해 추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속한 조직개편을 위해 정부입법 대신 여당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연말 국회 심의·통과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