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정폭력 4차례 신고했으나 참변 피하지 못해
"할 수 있는 조치 다해" vs "피해자·가해자 간 더 강력한 분리 이뤄져야"
가정폭력 신고했던 아내, 대낮 거리에서 남편에게 피살(종합)
가정폭력을 당하다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아내가 끝내 대낮 거리에서 남편에게 살해됐다.

5일 충남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50대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6분께 서산시 동문동 거리에서 40대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검거됐다.

흉기에 두 차례 찔린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건을 목격한 시민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라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숨진 아내는 지난달부터 네 차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1일 이후로 경찰은 A씨와 아내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A씨가 아내를 찾아가 상해를 입히자, 경찰은 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신청했고 이를 승인받았다.

통상적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는 피해자 보호명령이 떨어지면, 피해자로부터 100m 거리 이내 접근과 통신 접근이 금지 당한다.

그러나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아는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인데, 사건 당일에도 A씨는 불시에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는 경찰이 A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며 가정폭력 혐의로 A씨를 조사하던 중에 일어난 일로, 아내는 보호명령 이후로 경찰에게 받은 스마트워치를 사건 당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 대응에 문제가 없었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치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다"라면서도 "한 명의 피해자라도 막으려고 늘 노력하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경찰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법적인 한계가 있어서 늘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법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소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더 강력한 분리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찰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음에도 현재의 법 제도로는 피해자를 계속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