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서 몇시간 만에 폴리에틸렌 분해…폐플라스틱 처리에 기여 기대
플라스틱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침서 분해 효소 2종 규명
플라스틱을 먹는 곤충으로 알려진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wax worm)의 침에서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산화, 분해할 수 있는 효소 두 종이 규명됐다.

이는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페인 고등과학원(CSIC) 생물학연구센터(CIB)의 페데리카 베르토치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침의 단백질을 분석해 폴리에틸렌 분해 효소를 찾아낸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베르토치니 박사팀은 지난 2017년 '갈레리아 멜로넬라'(Galleria mellonella)라는 학명을 가진 명나방과의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후 연구를 통해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의 침이 폴리에틸렌을 작은 분자로 분해한다는 점을 밝혀냈으며, 단백질 분석을 통해 분해 작용을 하는 페놀산화효소 계열의 효소 두 종을 규명해 냈다.

연구팀은 이 효소들에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업과 대지의 여신인 '데메트라'(Demetra)와 '케레스'(Ceres)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두 효소를 이용하면 상온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폴리에틸렌 분해를 가능하게 하는 초기 산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폴리에틸렌은 다른 미생물도 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지만, 대체로 열을 가하거나 방사선을 쏘이는 것과 같은 사전 처리가 필요하고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려 실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두 효소가 전처리 없이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유일한 효소라고 제시했다.

음식 포장재나 페트병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은 연간 4억t에 달하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 침에서 발견된 산화 효소가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새로운 접근법을 열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베르토치니 박사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먼저 산소가 플라스틱 분자(중합체)에 침투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산화의 출발점"이라면서 "보통은 햇빛이나 고온에 노출된 결과로 시작되는데, 가장 강한 내성을 가진 중합체 중 하나인 폴리에틸렌 같은 플라스틱의 분해를 더디게 만드는 병목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침 안에 있는 효소가 플라스틱을 산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점을 발견한 것은 플라스틱 분해 과정의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분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