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안보강화 주장 커질 가능성
北미사일 열도 통과에 日 방위력 강화 계획 탄력받나
북한 탄도미사일이 4일 일본 열도를 통과함에 따라 일본의 방위력 강화 계획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일본 내에선 방위비를 5년 내 2배로 늘리고 이른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낙하함에 따라 일본 국민의 안보 불안이 커져 방위력 강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소집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도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 악화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을 단호히 지켜내기 위해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사명"이라며 방위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방위력을 5년 이내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필요한 방위력의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예산 규모의 파악과 재원의 확보를 일체적으로 강력히 추진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반격 능력을 포함해 국민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 검토를 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연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장기적 관점에서 방위력 강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임박한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자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마쓰노 장관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자, 반격 능력 정비를 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의원들한테서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반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北미사일 열도 통과에 日 방위력 강화 계획 탄력받나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방침을 전달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긴급 전화회담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대책을 논의하면서 일본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결의를 재차 밝혔다.

일본 내에선 원거리 타격 수단의 보유를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평화헌법에 기초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에 위배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방위력 강화에 대한 일본 내 반대론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면 이에 편승해 안보 관련 논의가 활발해진 바 있다.

5년 전인 2017년 8월과 9월에 북한 미사일이 두 차례 일본 열도를 통과했을 때도 북한 미사일 위협이 크게 부각됐다.

당시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해 10월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에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지켜내겠다'는 등의 선거 구호를 제시하며 압승해 권력 기반을 굳히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열도 통과는 1998년 5월 이후 이번이 7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