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아홉 개 대학과 다섯 개의 산, 두 개의 하천을 보유한 서대문구를 교육, 자연, 문화를 잇는 ‘명품 힐링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아홉 개 대학과 다섯 개의 산, 두 개의 하천을 보유한 서대문구를 교육, 자연, 문화를 잇는 ‘명품 힐링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신촌 한복판에 5000석짜리 K컬처 공연장을 만들겠습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대형 문화공간이 들어선다면 슬럼화하는 신촌 일대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 공연장(가칭)은 신촌을 ‘신(新) 대학로’로 조성하는 계획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뮤지컬과 K팝 실내 소공연 등을 펼칠 수 있는 장소로 사용하면 청년들이 모일 것이고, 신촌 상권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1970~1990년대 신촌은 국내 청년문화의 중심이었다. 2000년 이후 ‘홍대앞’으로 문화 권력이 이동하면서 쇠락하고 있다. ‘신촌동’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일부뿐이지만, 신촌이란 지명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주변의 서대문구 대현동·창천동, 마포구 노고산·대흥동 일대를 일컫는다.

신촌 상권 가운데 있는 초등학교 부지가 공연장 자리로 알맞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구청장은 “도심 공동화로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경의선 수색역~서울역 구간(약 5.3㎞) 지하화 사업도 ‘신 대학로’ 프로젝트의 한 축이다. 이 구청장은 “경의선 지하화는 경제성이 충분하다”며 “이미 국회의원 시절(16대) 이 구간의 지하화 및 복합 개발 구상에 대해 민간 건설사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하화를 통해 확보한 지상 부지엔 공원과 문화시설, 신촌 일대 대학생들이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산업 관련 창업과 연구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산·학·연’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 그는 “최근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한 광명~수색 고속철도 지하화 사업에 덧붙이면 되고, 비용은 이 구간(광명~수색)의 5분의 1 수준인 5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광명~수색 고속철도화 사업과 경의선 지하화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긍정적으로 논의했다”고 했다.

그는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역세권을 은평구, 마포구 등을 잇는 새로운 부도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구청장은 “통일로와 내부순환로가 교차하는 홍제역 일대는 서울 서북부의 중심 거점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인왕시장과 유진상가 재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경전철 강북횡단선이 완공되면 이 일대에 대형 판매·체육 시설과 고급 호텔 등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홍제동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재개발에 대해선 공공개발 대신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되 속도를 확 끌어올리는 서울시의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신통기획은 민간이 부동산 개발을 주도하되, 공공이 절차를 지원해 정비사업 기간을 공공개발만큼 단축하는 제도다.

마지막 공직이라는 각오로 고향과 다름없는 서대문구를 ‘명품 힐링도시’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도 나타냈다.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 전체 540만 평 중 안산 인왕산 등이 160만 평이고, 대학이 100만 평, 홍제천과 불광천 등 두 하천도 있다”며 “숲과 물, 교육이 어우러지는 서대문구의 장점을 적극 상품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안산 자락길을 구내 5개 산(안산·인왕산·북한산·백련산·궁동산)과 연결하고, 도심 하천 주변에 공연장 및 애견 공원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