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정치적 올바름운동, 조롱과 비난 아닌 예의 지키며해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문화 전쟁으로 비화한 '정치적 올바름 운동'이 비난과 조롱이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은 다문화주의의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운동이나 철학을 뜻한다.

강 교수는 이달 말 펴낸 '정치적 올바름(인물과사상사)'에서 "'PC충(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 인터넷 유행어가 되었다는 건 미국의 문화 전쟁이 한국에도 상륙한 건 물론 대중의 일상적 삶에 파고들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PC의 핵심 콘텐츠는 도덕으로, 자기 과시를 위한 도덕이 위험하듯 자기과시를 위한 PC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치인이 자신의 이념적 순수성을 과시하고자 타협을 거부하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PC 운동의 취지와 당위성에 동의와 지지를 보내면서 지지 의사가 있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운동 방식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PC 운동이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했는데도 일부가 상대에게 거친 비판을 퍼부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국 작가 스티븐 프라이가 PC 반대 이유로 밝힌 설교 조의 개입, 경건한 체하는 태도, 독선, 이단 사냥, 비난, 수치심 주기, 증거 없이 하는 확언, 공격, 마녀사냥식 심문, 검열 등을 소개하며,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PC 반대 이유는 대부분 이른바 '싸가지', 즉 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잣대로 남들에게 으스대는 소위 '완장'의 용도로 본질이 왜곡되고 자기과시나 인정 투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PC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PC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높아졌는데,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데에는 그의 노골적인 반(反) PC 운동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2018년 미국 예일대 조사에선 심층 인터뷰를 한 3천 명 중 80%가 "PC가 문제"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옳기 때문에 효과 따위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자세가 PC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독선적이고 오만한 PC는 PC를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PC 운동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에서 PC 운동이 전체 사회와 여론의 지평을 살리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