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물품 들고 현대아울렛 나서는 경찰. 사진=뉴스1
압수물품 들고 현대아울렛 나서는 경찰. 사진=뉴스1
경찰이 8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참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대전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오후 5시께부터 네 시간에 걸쳐 현대아울렛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11명의 수사관은 지하 1층 종합방재실 등에서 상자 10여개 분량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에는 스프링클러·제연설비 등 각종 소방설비와 안전 관리에 관한 자료, 지하주차장 등 매장 내 소방 점검 현황,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방재실 설비 서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프링클러 프리액션밸브(준비작동식 밸브)와 제연설비의 전자기록을 통해 화재 당시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만간 현대아울렛 대전점 등 관계자도 소환해 감독 의무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화재원인과 소방설비 정상작동 등을 비롯, 관련 법 위반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소방 당국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 40여명은 오전 10시 30분께부터 다섯 시간여에 걸쳐 이틀째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발화 지점인 지하 1층 하역장 앞에 세워져 있던 1t 화물차를 정밀분석하기 위해 지게차를 이용, 국과수로 옮겼다. 차체 아래에서 수거한 전선 등 잔해물 중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도 감식할 계획이다. 분석작업은 2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화물차 배기구 열이 가까이 쌓여 있던 종이상자를 태워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배관으로 연결되는 물탱크는 정상 수위까지 올라와 있었는데, 화재 당시 사용되고 자동으로 다시 채워진 것인지 아예 쓰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아울렛 측은 물탱크가 단수나 단전 등 비상 상황에도 물이 빠질 경우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으로 운용된다고 진술했다.

팬을 돌려 연기를 빼내는 제연설비는 일부에 설치돼 있었는데, 실제 작동 여부는 전자기록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지하주차장은 제연설비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일부 119대원들이 지하층 일부 구역에서 옥내 소화전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현대아울렛 측은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지하 1층 바닥에 물이 흥건히 있었다'며 정상 작동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이날 현대아울렛 앞에서 '화재 산재사망 하청노동자 촛불 추모제'를 열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아울렛이 소방점검을 받은 지 불과 석 달 만에 무려 8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노동부는 이번 참사에 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적용하고 엄정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6일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환경미화·시설관리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