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출발 버스의 상황판. 오전 9시 58분 기준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 사진=보배드림
오전 10시 출발 버스의 상황판. 오전 9시 58분 기준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 사진=보배드림
긴박한 상황의 승객을 위해 발휘한 한 고속버스 기사의 순발력에 네티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버스 기사 A 씨는 이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겪은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공개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기도 안성 방향의 버스를 운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때 버스로 급하게 뛰어오는 한 중년 여성 B 씨를 발견했다.

B 씨는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A 씨에게 "기사님, 제가 10시 30분 차인데, 이 차를 꼭 타야 한다"면서 빈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당시 버스 좌석은 매진된 상태였고, A 씨는 "기다리다가 안 오는 승객이 있으면 '당겨 타기'로 타실 수 있으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이때 B 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어머니가 쓰러지셨는데, 현재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라고 한다"며 "저 이 버스 꼭 타야 한다"고 호소했다. 버스 티켓을 얼마나 손에 꼭 쥐고 있었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만큼 구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출발 3분 전, 좌석 상황판만 지켜보던 A 씨는 우연히 한 자리가 취소되는 걸 발견했다. A 씨는 "1초 만에 B 씨 티켓을 낚아채서 왼손으로는 버스 단말기 당겨 타기 버튼을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매표를 했다"면서 B 씨가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B 씨는 A 씨에게 감사의 말을 건넨 뒤 버스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로 옮겨탔다.

A 씨는 "기적이 일어나서 어머님의 웃는 얼굴을 보셨으면 좋겠다"며 "30분이라는 시간이 앞당겨져서 어머님의 임종이라도 지킬 수 있게 됐으면, 멀어져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해드렸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A 씨의 선한 마음에 B 씨 어머니는 쾌차하실 것 같다", "제가 다 고맙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