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덤에 두 차례 매장, 봉분 흙더미에 마구잡이 섞여
5·18 행불자 또 나올까…수상쩍었던 유골 매장 모습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신원미상의 유골 더미 중 1기가 5·18 행방불명자로 잠정 확인되면서 당시 비정상적이었던 매장 형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27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북구 문흥동) 공동묘지에 있는 무연고자 합장묘에서 신원미상의 유골 더미가 쏟아진 것은 2019년 12월 19일 묘지 이장·수습 과정에서였다.

법무부 솔로몬로파크(Law Park) 조성 사업의 일환이었다.

공동묘지에는 개인 묘 50기와 합장묘 2기가 조성돼 있었다.

외형적으로 봉분이 가장 컸던 합장묘 1기의 흙을 파 내려가다 봉분 표면에서 불과 15~20㎝ 아래 지점부터 유골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정돈된 상태가 아니라 마구잡이로 묻혀 있는 모양새였다.

당시 묘지 이장을 총괄한 현장소장 A씨는 "어디에서 어떤 뼈가 나올지 몰라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옷 조각이나 장신구 등 유류품은 전혀 나오지 않아 이미 유골이 된 상태로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봉분 아래에 묻혀있던 콘크리트 유골함에서도 유골이 추가 발견됐다.

하나의 무덤에 최소 두 번의 매장이 이뤄진 셈이었다.

공동묘지는 1971년 광주 동명동에 있던 교도소가 문흥동으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왔다.

특히 2기의 합장묘 아래에 묻혀있는 콘크리트 유골함이 서로 동일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조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봉분 흙에서 유골이 나오면서 정상적으로 합장묘가 조성된 이후에 다른 유골이 추가로 매장된 증거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발굴 당시 봉분 흙더미에서 40여기, 유골함에서 40여기 등 80여기가 발견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류 작업을 통해 262기로 늘었다.

41기의 유골이 안장돼 있다는 기록보다 훨씬 많은 유골이 나왔다.

이 때문에 누군가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유골을 봉분 흙더미에 은밀히 매장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됐고, 유력한 5·18 암매장지로 지목되던 곳인 만큼 5·18 관련성이 주목돼 왔다.

조사위는 262기의 유골 가운데 유전자 대조 분석이 가능한 유골 160기의 유전자 정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관받아 이 가운데 1기가 화순 출신의 20대 청년 B씨라는 사실을 잠정 확인했다.

조사위는 교차 검증을 통해 유골의 신원을 확정하고 나머지 유골에 대한 대조 분석 작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