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리·미화·배달 등 하던 하청·용역업체 근로자들 참변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 찾아 헤매던 직원들… 주검으로 만나
"이렇게 가려고 열심히 일했나" 현대아울렛 화재 유족 오열(종합)
"묵묵하게 일만 하고 한 번씩 얼굴 보면 용돈 하라고 10만원씩 주던 아들인데…"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로 숨진 채모(35) 씨의 빈소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새벽 일찍 일하러 갔던 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아버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 중 가장 먼저 경찰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넋을 놓은 듯 몇 시간째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

채씨 누나는 "엄마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말씀을 못 하신다"며 "동생과는 따로 살고 동생이 워낙 바빠 평소 연락이 잘 안 됐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황망하기만 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채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백화점 주차요원, 각종 마트 아르바이트에 택배 상하차, 운전기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채씨 아버지(67)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돈 벌어서 컴퓨터 그래픽디자인 쪽 진로를 찾는 게 꿈이었던 아들이 대전시내 마트라는 마트는 다 거쳤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아들을 보는데 팔과 어깨가 잔뜩 응크러져 있었다"며 "내 아들이 이렇게 가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건 아닐 텐데,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던 건 아닐 건데…"라며 오열했다.

추석 연휴에 본 채씨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친척들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채씨 고모 등 유가족들은 "조카가 잠도 못 잘 만큼 일이 힘들어서 곧 그만두고 싶다고 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불이 나기 전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뉴스를 보고 '잘 나왔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억울해서 어떡하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가려고 열심히 일했나" 현대아울렛 화재 유족 오열(종합)
이날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50대 이모 씨의 아내는 연신 울면서 "내가 (남편을) 일찍 출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며 본인을 탓했다.

앞서 이날 화재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그는 끝내 남편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대아울렛에서 2년 넘게 근무했다는 이씨는 여느 때와 같이 출근했지만, 화마에 휩싸인 채 퇴근하지 못했다.

그는 "남편이 늦게 출근하는 날도 있었는데 하필 일찍 출근한 오늘 이렇게 됐다"면서 "불이 나서 죽는 것이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지, 내가 이런 일을 당하니까 허무하다"고 울먹였다.

한편, 이날 종일 화재 현장 밖에서 실종된 동료를 찾던 물류업체 직원도 결국 30대 후배를 주검으로 만나야 했다.

그는 "30초 사이에 지하 1층에 연기가 가득 차 하역장 옆에 있는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오던 중 뒤따라오던 후배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잠깐 머뭇거렸다"며 "잘 빠져나왔을 거로 생각했는데 나와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사망한 직원들은 모두 시설과 쓰레기처리, 미화 등 업무를 담당하던 도급 근로자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백화점 개장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