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1천명 설문…절반은 "하청노동자 장기파업, 원청사 책임"
직장인 89%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하려면 원청사 책임 강화해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원청 사용자의 책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89.2%는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8%에 그쳤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 등 하청노동자의 장기 파업 사건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51.8%가 원청회사를 꼽았다.

23.4%는 용역회사나 협력업체 등의 하청회사라고 답했다.

원청회사 노조(8.0%), 하청회사 노조(7.6%), 정부(7.6%)에 책임이 있다는 답은 적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직장갑질119는 설문 결과 외에도 하청 노동자가 제보한 원청 사용자의 갑질 및 책임 방기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인 89%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하려면 원청사 책임 강화해야"
도급업체에서 금융사기 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원청인 은행에 고객 1명의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하고 같은 은행 소속 다른 도급업체 B사로 전환배치를 통보받았다.

그러나 B사는 별도의 채용 체계를 둬서 A씨는 면접에서 떨어지면 최종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합격하더라도 이전 업체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안업체의 하청회사에서 일하는 C씨는 관리사무소가 자신에게 층간소음 민원 해결, 담배 냄새 민원 처리 등 보안과 무관한 업무를 떠넘기고 있지만 원청 회사가 아무런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해 원청 사업주도 단체교섭 의무 등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 밖에도 하청업체 변경 시 고용·임금 등 노동관계 승계를 의무화하고, 상시로 지속되는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게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본래 교섭 의무는 원청회사의 의무인 데도 원청회사가 하청업체를 핑계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와 마주 앉아 교섭을 하면 원청이 파업한 노조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