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부동산 공시제도 신뢰성 제고' 제안한 공문 발송
비율연구 통해 조목조목 비판…"유용하게 써달라" 훈계하듯 언급도
6억대 공시가격 같은데 실거래가 3억 차이 등 사례 제시
"공시가격 따져보니 문제많네"…정부에 '훈수' 둔 서울시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손질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현행 공시가격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비율연구' 등 대안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600억원 안팎의 예산을 들여 공시가격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훈수까지 듣는 '굴욕'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 신뢰성 제고 방안 관련 제안' 제목의 공문을 국토부에 공식 발송했다.

서울시는 이 공문에서 "주택공시가격의 현실화 수준 및 형평성 분석(비율연구)을 수행한 결과 서울시의 경우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간의 현실화율 격차가 크고,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가격수준별, 자치구별 형평성이 고르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공시가격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어 이번에 시행한 '비율연구'가 다른 시·도에서도 정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문 말미에는 "귀 부(국토부)에서 주관하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문구도 담겼다.

지자체가 자체 연구 보고서를 중앙 부처에 보내면서 '유용한 자료로 활용하라'고 훈계하듯 제안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공시가격 따져보니 문제많네"…정부에 '훈수' 둔 서울시
서울시가 이 공문에 첨부한 '서울시 주택 공시가격 수준과 형평성에 관한 비율연구' 보고서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자치구별, 가격수준별 평형성 수준이 낮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연구는 2021년 서울시 주택 실거래가 신고가격과 해당 부동산의 2021년 공시가격을 매칭하고, 여기에 비율연구를 실시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지, 또 공평하게 산정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공시가격의 수평적 형평성은 분산계수(COD), 수직적 형평성은 가격관련미분계수(PRD)를 각각 활용해 측정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준은 60.97%, 단독주택의 현실화율 수준은 47.67%로, 13.3%포인트(p)의 큰 차이가 나 주택 유형에 따른 공시가격 불균형이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 전체 COD는 11.23으로 적정 수준 범위(5∼15)에 있었지만, 가격 수준별로는 4.81∼13.44, 자치구별로는 9.35∼15.11의 분포를 보여 수평적인 형평성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OD 값은 작을수록 수평적 형평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5 미만이면 수평적 형평성이 높아 바람직한 상태이고, 15 이상이면 수평적 형평성이 낮아 문제가 있는 상태로 해석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유형별 COD는 아파트가 9.11로 가장 낮았고, 다세대주택이 13.48, 연립주택이 15.04 순으로 나타났다.

연립주택의 경우 적정 수준을 벗어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공시가격 따져보니 문제많네"…정부에 '훈수' 둔 서울시
특히 단독주택의 COD는 18.06, 다가구주택은 14.35로 조사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수준별 COD는 '9억∼12억원 이하'가 5.82, '12억∼15억원 미만'이 6.67, '15억∼30억원 미만'이 6.79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3억원 미만'의 경우 13.45로 가장 높아 수평적 형평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대체로 가격 수준이 높을수록 현실화율이 높고 수평적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은 '12억원 이상∼15억원 미만' 구간의 COD가 12.60으로 가장 낮고 '30억원 이상'은 22.02로 가장 높아 초고가 단독주택에 대한 수평적 현실화율 균형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용산구의 COD가 15.12로 유일하게 15를 넘겨 비슷한 가격대의 공동주택이라도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는 9.36으로 가장 낮았다.

보고서에는 비슷한 시기, 유사한 공시가격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도 비교해 제시됐다.

공시가격이 약 6억원(5억9천800만∼6억200만원)으로 비슷한 아파트 가운데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진타운 3층은 작년 12월 11억5천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달 도봉구 창동 상아아파트 8층은 8억7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실제 거래가격이 3억원 넘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동과 향(방향)이 다른 경우에도 같은 층의 공시가격을 같게 일괄 책정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은평구 불광동 불광 롯데캐슬 84.99㎡의 경우 101동 15층과 107동 17층의 공시가격이 같았으나 지난해 실거래가격은 각각 10억7천만원과 11억9천만원으로 1억2천만원 차이가 났다.

"공시가격 따져보니 문제많네"…정부에 '훈수' 둔 서울시
서울시는 현행 공시가격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공시가격 성과를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자치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특히 국토부에 공시가격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과 시·도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역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보완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국토부는 오는 11월 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에는 근본적인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