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에서 '식집사'의 기쁨과 슬픔 담은 웹툰 연재
'크레이지 가드너' 마일로 작가 "식물기르기, 인간의 본능 같아"
"식물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과거 사람들이 느끼던 경작의 기쁨이 현대인에게도 남아 식물을 직접 키워서 먹는 게 아니더라도 계속 키우게 되는 것 아닐까요.

"
카카오페이지에서 '식집사'(식물+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웹툰을 그려 인기를 모은 마일로 작가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식물 키우기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식물을 키우는 것은 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관찰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식물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기록하고,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 재밌다"고 말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크레이지 가드너' 마일로 작가 "식물기르기, 인간의 본능 같아"
마일로 작가는 올망졸망한 다육식물부터 천장에 닿을 듯이 자란 커다란 무늬몬스테라까지 150종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집 전체가 작은 식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프로 '식집사'로 손색이 없지만,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작가는 "처음에는 처참했다"며 "식물을 사 오면 다 죽는 게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검색부터 국립수목원이 낸 '가드너 다이어리'까지 찾아보며 원인을 찾았고, 어느 순간부터 경험이 붙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지극정성으로 기르는 계열은 아닌 것 같다.

살아남은 아이들만 키우는 편"이라고 했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일반인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비가 오면 세차 양동이를 들고 나가 식물에 줄 빗물을 모아 오고, 분갈이를 위해 20ℓ짜리 흙을 나르고 배합까지 한다.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일부러 천적 벌레인 사막이리응애를 들이기도 했다.

그는 "해충을 종류별로 다 경험했다"며 "어떤 식물에 응애가 생기면 매일 잎 분무를 하고 사막이리응애를 풀어 집중 케어한다"고 덧붙였다.

'크레이지 가드너' 마일로 작가 "식물기르기, 인간의 본능 같아"
이처럼 열심히 식물을 키우다 보니 어느덧 집 안에 식물이 가득해졌다.

처음에는 독립하고 집을 꾸미면서 이른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식물을 인테리어 요소로 쓰는 것)로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지만, 주객이 전도돼서 창가마다 해가 드는 곳이라면 식물이 상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장식의 기능이 전부 사라졌다"며 "식물마다 햇빛이 필요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곳에 둘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포함해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과 느꼈던 기쁨을 모두 담아 작가는 '크레이지 가드너'를 그렸다.

정보를 눌러 담으면서도 개그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식물과 벌레, 버섯까지 모두 의인화했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2등신의 연두색 유목이 진초록색 근육질 큰 나무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이 작품에 앞서 대형견을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극한견주', 목욕탕 문화를 담은 '여탕보고서' 등을 연재했다.

모두 정보를 곁들인 소소하고 재미난 일상물이다.

차기작을 묻는 말에는 "분갈이를 하면서 '내가 체력이 이렇게까지 안 좋았나?' 생각을 했다"며 "그러다가 최근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운동에 관한 일상 에세이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크레이지 가드너' 마일로 작가 "식물기르기, 인간의 본능 같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