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무당의 퇴마기…무속·불교·상고사·설화 아우르는 조사 돋보여
[웹툰 픽!] 촘촘히 엮은 한국형 오컬트 대서사시…'미래의 골동품 가게'
악령과 엑소시즘(구마), 빙의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는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돌아보면 한국에도 오래전부터 오컬트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었다.

부적으로 액운을 막고 굿으로 원혼을 달래며 신내림을 받는 무속신앙이다.

구아진 작가는 무속신앙과 불교의 가르침, 상고사, 고대 설화 등을 촘촘하게 엮어 가장 한국적인 오컬트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만들어냈다.

[웹툰 픽!] 촘촘히 엮은 한국형 오컬트 대서사시…'미래의 골동품 가게'
이 작품은 어린 만신(무당) '미래'가 세상을 망치려는 사악한 '백면'을 저지하기 위해 작은 섬에서 서울로 올라와 명부록을 찾는 과정을 다룬다.

조선 말기 미래의 할머니인 연화와 동료 칠성, 수련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3대에 걸쳐 이어진다.

길고 복잡한 서사지만, 판타지적인 무속과 실제 역사를 촘촘하게 엮어 독자들을 흡입력 있게 끌어당긴다.

명성황후가 의지한 것으로 알려진 무당 '진령군'과 작품 속 이매신이 받았다는 벼슬인 '진무군', 구한말 망국의 과정과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는 '왕거을오미 사건'과 귀허의 왕이 고려 왕의 거래 이야기 등이 겹치면서 작품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고대 설화와 불교, 도교, 역학 등을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조사도 돋보인다.

염제 신농씨와 치우, 해동성국 발해의 멸망과 고려의 건국, 을미사변 등 우리가 한 번씩은 배우고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웹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재탄생한다.

[웹툰 픽!] 촘촘히 엮은 한국형 오컬트 대서사시…'미래의 골동품 가게'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매력적이다.

언제나 다투면서도 함께 다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때로는 심술을 부리지만 재기발랄한 도깨비들, 오래된 물건에 깃든다는 '고요', 인간을 좋아하는 버섯모양의 작은 신령인 풍백, 산삼의 모양을 한 토백 등이 미래를 돕는다.

공포를 수단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읽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일부러 기괴한 형상을 끼워 넣거나 갑자기 귀신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흐름에 따라 서서히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에 의해 흉측한 귀(鬼)의 모습을 배치했다.

사실 이 작품에서 독자를 더 소스라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영생을 위해 자식을 바치는 사람들의 탐욕이다.

작가는 미래의 할머니인 '연화'의 입을 빌어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일차적으로는 무당이 가져야 하는 자세, 더 나아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우리에게 전한다.

이 작품은 국내 최고 권위의 만화상으로 꼽히는 부천만화대상에서 올해의 대상과 인기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