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野 의원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 공동주최
"중대법 '경영책임자 의무' 이미 구체적…왜곡·폄하 시도 안돼"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경영책임자 의무'가 이미 충분히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정의당 의원 6명 공동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발제를 맡은 최 실장은 "한국의 중대법은 유사한 취지의 다른 국가 어떤 법보다 경영책임자 의무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기업이 입증하면 될 문제를 경영계는 모호하다고 주장해 의무를 협소화하려고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계는 안전보건 담당 이사를 선임하면 대표이사는 책임에서 면제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재벌 대기업을 위해 시행령을 개악해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다 이행했다면 발생한 중대재해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별도의 면책 조항 도입은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법은 일정 규모의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중대법상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이 불명확해 법 준수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 작업에 나섰다.

국회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심사·표결 과정이 필요한 법 개정과 달리 시행령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손볼 수 있다.

최 실장은 시행령 개정 요구안으로 ▲ 근로자 대표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위험성 평가 실시 ▲ 노동자 참여를 통한 재해 감소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위 근로자위원의 활동 시간·권한 보장 ▲ 노동자의 위험 작업 거부권 실질적 보장 등을 제시했다.

그는 "중대법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각종 토론회, 한국 중대재해 현실과 판례 분석, 외국 법제 분석 등을 거쳐 구조와 토대가 마련됐다"며 "국회 법사위 공청회와 5차 심의까지 거쳐 만들어진 법안을 졸속으로 왜곡·폄하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발제자인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도 "중대법은 오랜 입법 운동을 거치고 국민 10만 명이 동의한 청원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 입법사에 드문 법률"이라며 "경영계는 볼멘소리하기 전에 안전 의무를 다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