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손예진 주연 드라마 원작…"세계에서 먹힐 K-뮤지컬"
이장우 "현빈 선배 이길 생각 없어…제 식대로 순수한 북한 남자 표현했죠"
무대로 옮긴 정혁-세리의 애절한 사랑…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우연과 운명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중 돌풍을 만나 기막힌 '우연'으로 북한 장교 리정혁의 품에 떨어진 남한의 재벌 상속녀 윤세리. 우연인 듯 다가온 운명 같은 사랑에 얽힌 세리와 정혁, 서단과 승준 네 남녀의 이야기가 브라운관에서 무대로 옮겨졌다.

현빈, 손예진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이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신한카드 코엑스 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연출을 맡은 연출가 박지혜는 20일 오후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분단이라는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전세계에서 먹힐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로 옮긴 정혁-세리의 애절한 사랑…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최고 시청률 24.1%를 기록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한류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주연 배우로 출연한 현빈과 손예진이 이 작품 출연을 계기로 실제 연인으로 발전, 결혼까지 이어져 화제가 됐다.

뮤지컬 대본 각색을 맡은 박해림 작가는 "원작 드라마가 굉장히 흥행한 작품이라 각색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박 작가는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시간성과 쇼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음악과 대사, 장면 간의 긴밀한 구성을 고민했다"며 "1차 각색본을 드라마 원작자에게 보내줬더니 매우 만족하는 반응이 나와서 기분 좋게 작업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자신감 넘치고 통통 튀는 성격의 세리와 순수하면서도 과묵한 카리스마를 지닌 정혁이라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인물들 간의 케미(궁합)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느 연인처럼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던 정혁과 세리. 이들은 분단이라는 거대한 운명 앞에서 결국 서로에게서 돌아선다.

이별 장면에서 두 인물이 "한 걸음만 더 가면 이별"이라며 함께 부르는 음악은 애절함을 더한다.

무대로 옮긴 정혁-세리의 애절한 사랑…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한류 스타가 연기한 캐릭터를 무대에서 구현한 배우들은 "부담이 됐지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빈이 연기한 리정혁 역으로는 민우혁, 이장우, 이규형이 출연한다.

이장우는 "'리정혁 역을 맡았다'는 말보다 '현빈 역을 맡았다'는 말이 자연스러울 만큼 현빈 선배님이 상징적인 작품"이라며 "이를 이기려 하기보다는 내 식대로 순수한 북한 남자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이규형은 "원작의 흥행에서 오는 부담보다는 드라마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와 차별점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며 "3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남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 역에는 나하나, 김려원, 임혜영이 출연한다.

나하나는 "손예진 선배가 연기한 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놀림도 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원래 드라마의 팬이었고 드라마 안에도 뮤지컬로 옮겨질 만한 요소가 많다고 느껴서 제의를 받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무대로 옮긴 정혁-세리의 애절한 사랑…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작품에는 세리와 정혁의 사랑 이야기 외에 정혁을 따르는 순박한 북한 군인들과 북한 장교 사택에 사는 주민들이 북한 사투리로 펼치는 코믹한 연기가 감초처럼 곁들여진다.

능글맞은 영국 국적의 사업가 구승준과 도도하면서도 어딘지 어설픈 평양 백화점 사장의 외동딸 서단 간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