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주요 수사 인력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다. 공수처의 존재감이 당초 기대를 한참 밑도는 가운데 지휘부에 대한 불만까지 누적되면서 줄사표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출범 이후부터 줄곧 이어지는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1부 소속인 이승규 검사가 최근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검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공수처 출범 석 달 뒤인 지난해 4월부터 근무했다. 공수처에선 ‘고발사주 의혹’의 공소 유지를 담당했다. 비슷한 시기 이 검사와 같은 부서인 김일로 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김 검사는 지휘부의 사직서 반려로 현재 정상 출근하고 있지만 계속 근무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엔 최석규 공소부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냈다. 최 부장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수사방해 의혹’과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감사원 간부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공수처 지휘부는 지속적인 설득에도 최 부장검사가 사직 의사를 접지 않자 조만간 인사혁신처를 통해 최 부장검사의 사직서를 상신하기로 했다.

이외에 문형석, 김승현 검사 등 수사3부 소속 검사들이 잇따라 사표를 던지는 등 주요 수사 인력이 줄줄이 공수처를 떠나고 있다. 이들의 사표가 모두 수리되면 공수처 검사는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총 18명으로 줄어든다. 실질적인 수사 및 공소 유지 담당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원은 13명에 그친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이다. 현재 공수처가 임용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검사 3명의 채용이 확정되더라도 검사 인원이 정원에 못 미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위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조직 사기가 꺾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넘게 기소 한 번 못 하면서 존재감 논란에 휩싸였다. 올 들어선 고발사주,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등 수사 대상을 기소했던 사건들마저 무혐의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유족이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직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공수처 내부의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근무하기 어려운 조건 역시 공수처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임용된 후 3년씩 총 세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법에 이들의 연임을 결정할 인물이 뚜렷이 규정돼 있지 않은 것도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