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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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를 빼돌리는 등 비리가 적발돼 승진이 무효가 됐는데, 승진 전후 업무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근로자가 임금 상승분을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A씨 등 24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직원 승진시험을 외부업체에 위탁해 진행했는데, A씨 등은 사전에 돈을 주고 시험 문제와 답을 미리 받아 시험에 합격했다. 시험문제를 빼돌려 3급 또는 5급으로 승진한 A씨 등은 승진에 따른 가산급, 연차수당 등을 받았다.

시험 문제를 미리 받았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로 밝혀지자 농어촌공사는 승진 발령을 취소하고, 승진일부터 승진 취소일까지 받아 간 급여 상승분을 돌려달라며 A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등이 승진된 직급인 3급 또는 5급 직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해 급여를 받은 이상,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거나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고 단지 직급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그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효인 승진에 따라 지급된 급여가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다”며 “유사 쟁점에 관한 하급심 심리·판단에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