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넬슨 미네르바대학 CEO는 "대학은 현존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지 않은 것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벤 넬슨 미네르바대학 CEO는 "대학은 현존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지 않은 것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10여년 전만 해도 모든 미국 대학에선 퀄컴의 개발 플랫폼인 ‘브루(BREW)’로 코딩하는 법을 가르치자고 성화였어요. 모두가 노키아 휴대폰을 쓰는데, 노키아 앱은 브루로 코딩 하니까요. 그런데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들한테 다 가르쳤을 땐 어떻게 됐을까요. 아이폰이 나왔어요. 노키아와 브루가 멸종한 겁니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죠.”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벤 넬슨 미네르바대학 설립자는 ‘배우는 법 배우기’를 수 차례 강조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미네르바대는 강의실과 캠퍼스가 없다. 150여명의 학생이 4년 동안 7개국을 순회하며 100% 온라인으로 토론 중심 수업에 참여한다. 전통적인 대학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2024년에는 이런 미네르바 교육방식을 적용한 대학이 한국에도 생긴다. 아시아 최초다. 한국 파트너는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로, 2024년 개교가 목표다. 한국의 미네르바혁신대학 설립을 앞두고 혁신대학 설립단장을 맡은 백성기 KAFA 상임대표와 벤 넬슨 설립자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 주도 학과로는 기술 변화 대처 못해


▶한국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 인재를 키우기 위해 관련 학과를 세우고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인재 키울 수 있다고 보나.

▷벤 넬슨: 첨단기술은 빨리 진화한다. 6년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개방형 AI가 나타나면서 70%의 코딩을 AI가 스스로 처리하게 됐고, 과거의 획일화된 코딩교육은 무용지물이 됐다. 반도체 분야도 석박사까지 8년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은 현존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지 않은 것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계의 요구를 실제로 충족할 수 있는 인재가 나온다.

▷백성기: 10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세계다. 대학은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학습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나는 전자재료를 전공했는데, 그 한 가지 전공으로 30년 동안 내 전문 분야에서 정년이 될 때까지 일했다. 하지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지금 세상의 학생들은 그럴 수 없다. 이젠 국가 주도적으로 반도체 학과를 만든다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발상을 버릴 때가 됐다.

▶미네르바 교육은 그 변하지 않는 능력을 기르는데 집중하나.

▷벤 넬슨: 미네르바 교육 철학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는 한 상황에서 배운 지식을 다른 상황에도 적용시키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단순히 한 과목을 배우고 다음 과목으로 나아가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미네르바대 1학년은 전공지식을 배우지 않는다. 비판적·창의적 사고, 효과적 의사소통을 배우는 4가지 과목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 정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고 사고 방식 자체를 바꾸는, ‘뇌 수술(Brain Surgery)’와도 같은 과정이다.

둘째는 완전히 능동적인 학습이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고, 기말고사를 대비해 벼락치기를 한 후 시험을 치르면 지식을 전부 잊어버리는 방식으로는 배울 수 없다. 모든 학생은 매 수업시간 완벽히 몰입해 과제를 수행하고, 근거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교수는 한 학생도 빠짐없이 고르게 발언할 수 있도록 강의 시간을 분배한다.

셋째는 피드백이다. 시험을 통해 학생이 특정 지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검하는 건 피드백이 아니다. 정말로 평가해야 할 것은 학생이 지금 배운 것을 다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기자도 오늘은 미네르바 교육에 대해 기사를 쓰지만, 다음 날은 공공 정책이나 시장,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나. 사고의 도구를 활용해 매번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네르바에서는 학생들이 매 수업마다 자신의 주장을 펴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을 평가한다. 매 수업마다 평가가 이뤄진다.
미네르바 대학의 1학년 과정. 전공 지식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4가지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FA(Formal Analyses) 수업에선 기본적인 논리와 통계, 코딩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도구를 배운다. EA(Empirical Analyses)는 ‘창의적 사고’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법, 실험 설계에 대한 수업이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미네르바 대학의 1학년 과정. 전공 지식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4가지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FA(Formal Analyses) 수업에선 기본적인 논리와 통계, 코딩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도구를 배운다. EA(Empirical Analyses)는 ‘창의적 사고’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법, 실험 설계에 대한 수업이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대다수 대학은 1학년 때부터 전공지식을 가르치는데, 사고하는 방식부터 시작하는 커리큘럼이 독특하다.

▷벤 넬슨: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흡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지식 조각들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 지식을 구하는 건 어느 때보다도 쉬워지지 않았나. 정보를 원한다면 위키피디아, 유튜브, 틱톡 어디든 접속하면 된다. 중요한 건 사고하는 도구를 갖추는 일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없다. 문제 해결에는 다양한 각도가 있고, 더 많은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을수록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미네르바식 접근은 이 수많은 사고 체계를 터득하는 일이다.

교수는 정답 말하는 법 없어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다.

▷벤 넬슨: 보통 강의에서 교수의 질문에 학생이 틀린 답을 말한다면, 교수는 어떻게 할까? 올바른 답을 말해준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답을 말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미네르바에선 교수가 절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교수는 학생에게 끊임없이 왜 그런 의견을 냈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질문하며 토론을 이끌 뿐이다. 이렇게 하면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배우는 데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만일 지금이 인터뷰가 아니라 수업이라면, 나는 기자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질문을 또다른 질문으로 바꿔 계속 묻고, 기자가 직접 정답을 말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의 수업이 정착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수들도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코딩 교육이 주목받는데, 대학 교수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 간 코딩 지식 수준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비단 코딩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일텐데, 이렇게 학생 간 지식 수준 차이가 있으면 강의 수준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하는 방식을 배움으로써 이런 문제도 해결될까.

▷벤 넬슨: 당연하다. 사고 체계를 교육하는 일은 매우 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잡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식 수준이 부족한 학생이 앞서 가는 학생을 따라잡을 수 있고, 앞서 가는 학생은 다른 학생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네르바에서는 정규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학생들이 코딩하는 법을 배워오도록 한다. 아주 기초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할수록 좋은데, 코딩은 그 도구 중 하나다, 미네르바에서는 단순히 코딩 스킬을 가르치지 않고, 그 도구를 이용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한다. 그래서 우리 교수진 중 가장 훌륭한 컴퓨터공학 교수들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경제학자, 사회과학자다. 왜냐면 자기 분야의 과제를 풀기 위해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코딩을 실용으로 적용하는 게 미네르바의 AI교육 방식이다.

▶미네르바만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포럼(Forum)’이 있기 때문에 그런 교육이 가능한가.

▷벤 넬슨: 포럼은 미네르바식 교육을 위해 세심히 설계됐다. 오프라인보다 우수한 학습환경을 만들려는 목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고, 10년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단순히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통신 기업에서 만든 ‘줌’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포럼'에선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 학생의 참여도를 측정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수의 화면에는 학생의 발언시간을 토대로 참여도가 표시된다. 교수는 누가 얼마나 말했는지 손쉽게 파악하고 말수가 적은 학생을 지목한다. 모든 학생이 발언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시간을 배분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수업에선 불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선 교수가 몇몇 학생에게만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수업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수업 중 즉각적인 여론조사도 계속된다. 수시로 진행되는 소규모 그룹 토론 후에 1그룹이 2그룹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등을 표시하는 식이다.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해 수시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포럼의 온라인 수업에선 모든 학생이 수업 내내 완벽히 몰입하게 된다.
미네르바의 교육 플랫폼 '포럼'에서 진행하는 수업 장면. 학생별 참여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미네르바의 교육 플랫폼 '포럼'에서 진행하는 수업 장면. 학생별 참여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 모든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교육 방식엔 변화가 없고, 오프라인 강의와 마찬가지로 1명의 교수가 수십, 수백명의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효과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벤 넬슨: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만의 이점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 구분하는 게 의미 없다. 기자가 설명한 내용은 지금 온라인 교육의 정확한 묘사다. 200명 규모의 강의실에 교수가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앞에서 연설을 한다. 온라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다.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아주 단순하게는 일시 정지, 돌려보기다. 예를 들어 ‘포럼’에선 수업이 끝난 후 교수가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며 학생들의 발언을 분석하고 바로 바로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이렇게 즉각적인 피드백은 온라인이라 가능한 일이다.

매 수업마다 점수 나와...수능보다 '건강한 평가'


▶평가 방식도 독특하다. 매 수업마다 1~5점의 점수가 즉각 나오고, 수업 때 한 발언도 평가되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하진 않나?

▷벤 넬슨: 당연히 힘들다. 수업 빼먹고 기말고사 전날에 벼락치기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하지만 훨씬 건강하다. 운동을 한다고 하자. 하루 이틀에 한번씩, 4개월을 꾸준히 운동할 수도 있고, 4개월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일주일에 죽을만큼 운동할 수도 있다. 당연히 전자가 좋은 방법이다.

뇌도 마찬가지다. 배우고 평가받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물론 높은 강도지만, 기말고사 직전에 몰아서 하는 공부처럼 최고 강도는 아니다. 일정하게 뇌를 써주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미네르바 1학년 과정이 믿을 수 없이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3학년이 돼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 이상을 달성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백성기: 미네르바의 평가 방식을 들으면 우리나라 수능이 얼마나 기형적인지 느껴진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대학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있다. 전통적인 대학에서는 학기를 거듭할수록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실망하는 학생이 많다. 지금 사회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는데, 강의실에서 배우는 정보는 그다지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다. 미네르바 교육을 거치고는 학생 스스로가 성취하고 발전했다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백성기 KAFA 상임대표는 "전통적 대학에서 정보만 배우는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솔 기자
백성기 KAFA 상임대표는 "전통적 대학에서 정보만 배우는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솔 기자
▶한국에선 평가가 자로 잰 듯이 공정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객관식 시험을 얼마나 맞았느냐에 따라 1등부터 100등까지 등수가 매겨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능이 대표적이다. 수업에서의 발언과 과제를 교수가 매번 평가하는 방식은 한국적 평가와 많이 다르다.

▷벤 넬슨: 미네르바의 평가는 아주 공정하고 체계적이다. 하지만 100점 만점에 몇 점을 받았는지 줄 세우는 평가는 아니다.

100점 만점에 평균 93점을 받은 학생과, 89점을 맞은 학생이 있다면 누가 더 나은 학생일까? 보통 93점 학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이 학생들이 여러 종류의 청중에 맞춰 적절하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한다고 해보자. 첫 번째 학생은 3개 유형의 청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평균 93점을 맞았다. 두 번째 학생은 40개 유형의 청중에게 발표하고 89점을 맞았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89점을 맞은 학생이 더 좋은 학생이다.

얼마나 다양한 상황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 학생이 새로운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기준, 시험에 따른 평가해선 안되는 이유다.

캡퍼스 울타리 없어야 도시를 경험한다

▶미네르바 교육의 또다른 한 축은 학생들이 전세계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피부로 도시를 경험한다는 점이다.

▷벤 넬슨: 미네르바의 모든 수업은 ‘위치 기반 과제’로 이뤄져 있다. 그 학기를 서울에서 보내는지, 베를린에서 보내는지에 따라 다른 과제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이용해 그 도시의 정부, 기업, 박물관 등 기관과 협력해 과제를 수행한다.

주요 기업, 정치, 교육, 문화 인사 등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경험이다. 미네르바는 캠퍼스가 없다. 캠퍼스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체육관, 도서관, 식당, 기숙사를 오간다면, 그 도시에 거주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로지 침대, 욕실, 부엌만 주어져있다. 학생들은 지역 주민이 사는 것처럼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대중교통도 이용해야 한다. 울타리 밖을 나가지 않으면 정말 굶어 죽는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 실제로 해야 하는 활동이다.

학생이 도시에 적응할 때쯤 되면, 다른 도시에서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들을 안전지대 밖으로 계속 밀어내는 것이다. 졸업할 때 대다수 학생들은 “떠돌이 생활에 너무 지쳤다. 이제 도시를 골라서 정착하고,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실제로 정착하고 6개월이 지나면 어떤 졸업생이든 다른 도시를 찾아 또다시 떠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환경을 찾아서 경험하는데 익숙해진 결과다.
미네르바대는 캠퍼스가 없다. 각 도시의 '레지던스 홀'에는 학생이 생활할 수 있는 침대, 욕실, 부엌만 제공된다. 학생들은 캠퍼스에 갇히지 않고 직접 도시를 느끼고 살아가는 경험을 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미네르바대는 캠퍼스가 없다. 각 도시의 '레지던스 홀'에는 학생이 생활할 수 있는 침대, 욕실, 부엌만 제공된다. 학생들은 캠퍼스에 갇히지 않고 직접 도시를 느끼고 살아가는 경험을 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한국 대학들도 교실 밖에서 학생 간 교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모든 학생이 함께 거주하는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이다. 하지만 미네르바 방식은 단순히 거주공간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보인다.

▷백성기: 내가 교수로 있는 포스텍에서도 1학년 대상으로 RC를 도입해 학생들이 서로 공부를 도와주고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프로그램은 그 이상이다. 학생 간 공동체를 형성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완성시킨다. 함께 생활하고, 교실 밖에서 함께 경험하고 과제를 해결하면서 배운 것을 적용한다. 단순한 기숙사 생활 이상이다.

미네르바에서는 학생 간 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해 입학 정원은 150명 내로 제한한다. 한 사람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주변인 숫자가 150명이라는 연구결과에 따른 설계다.

이번에 한국에 설립하는 미네르바혁신대학에서도 기존의 RC를 뛰어넘는 공동체를 형성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와 아세안 지역 10여개국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이 아시아의 문화와 특성을 배우고, 그 지식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과제에 적용시킬 것이다.
와이파이만 잘 터진다면 도시 어디든 미네르바대 학생의 교실이 된다. 학생들은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 체육관과 마트를 직접 찾아 이용하다가 카페에 들어가 수업을 듣기도 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와이파이만 잘 터진다면 도시 어디든 미네르바대 학생의 교실이 된다. 학생들은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 체육관과 마트를 직접 찾아 이용하다가 카페에 들어가 수업을 듣기도 한다. 미네르바대 홈페이지.
▶새로 설립되는 한국의 미네르바 혁신대학만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 기존의 미국 미네르바와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가.

▷벤 넬슨: ‘포럼’을 통한 미네르바의 온라인 교육 방법, 전세계 도시를 피부로 경험하는 방식이 한국의 새로운 대학에도 그대로 이식될 것이다. 인간 뇌가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은 국가가 달라져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교육 방식은 문화에 따라 수정될 필요가 없다.

그 지역만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교육 프로그램은 추가된다.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 미네르바 교육 방식을 적용한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데, 기존 미국 미네르바와 다른 과목이 있다.

▷백성기: 아시아의 리더를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이 추가될 것이다. 아시아 학생들은 미국이나 유럽 학생들보다도 한국과 아시아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맥락을 반영해 역사, 정치, 철학에 관한 과목을 추가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지금 동남아시아 사회는 경제구조가 농업에 치중돼있는데, 혁신대학에서 동남아시아 학생들에게 자연과학을 교육함으로써 이 지역이 발전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