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청주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주최로 열린 청주중학생 성폭력 사망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청주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주최로 열린 청주중학생 성폭력 사망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학생 의붓딸과 딸의 친구를 성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에게 25년형이 선고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법상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57)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의붓딸인 B양(사건 당시 6세)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했고, 2020년엔 B양의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고 성폭행했다. 지난해 1월엔 B양의 단짝인 C양을 집으로 불러 술을 먹인 뒤 강간했다.

B양과 C양은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폭행 피해 조사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동반 투신한 것이다.

A씨는 법정에서 의붓딸과 딸 친구에게 술을 마시게 한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는 부인했다. 검찰은 "소중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엄한 처벌을 원한다는 피해자의 외침에 사법부가 응답해야 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의붓딸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B양의 경찰 진술조서와 진료기록부 등을 토대로 의붓딸 성폭행 혐의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B양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지만, 가족 해체를 두려워하며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으며, C양도 친한 친구의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로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A씨의 범행과 도구 등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진술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허위 진술할 동기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진술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C양 유족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두 아이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현해줬더라면 아동·친족 성폭력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로 기억됐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딸·아들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아동·친족 성폭력 사건에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C양의 유족은 A씨의 엄벌을 청원하며 유서를 공개했다. C양은 유서에서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나게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엄마 아빠가 힘들까봐 말을 하지 못했다. 그만 아프고 싶다", "불효녀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