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서 국정원 작전 투입된 홍어 사업가 역
"한국적인 독특한 설정이 외국 시청자에도 관람 포인트 될 것"
프로포폴 투약 사건 후 복귀작…"인간 김성훈으로 반성의 시간 보내"
하정우 "영화라 가능한 비현실적 캐릭터…내년 에미상에 갔으면"
이름도 낯선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목사 행세를 하는 한국인 마약 사범을 잡기 위한 국정원 작전에 어쩌다 보니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하정우 분)는 평범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수리남'에서 강인구를 연기한 하정우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은 비현실적이지만 작품의 긴장감을 밀고 당기는 캐릭터라고 했다.

강인구는 자식들 학업 성적과 집 전세금이 가장 큰 걱정거리인 평범한 아버지지만,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을 눈앞에서 태연하게 속이고, 잘 훈련된 조직원들을 학창 시절 배웠다는 유도 기술로 넘겨버린다.

홍어를 한국으로 유통하기 위해 수리남에 건너간 민간인이 전문 요원 못지않은 발군의 역량을 쏟아내니 현실성과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정우는 "나 역시도 연기하면서 강인구의 능력에 대해 엄청난 궁금증에 부딪혔다"며 "일반 수산업자가 유도만 배웠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해내는 게 궁금하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적으로 허용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며 "강인구 캐릭터(의 설득력을)를 좀 희생하더라도 작품이 더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걸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우 "영화라 가능한 비현실적 캐릭터…내년 에미상에 갔으면"
하정우는 전요환의 꾐에 빠져 억울하게 남미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자식들을 위해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국정원 작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합류한다.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하며 애써 괜찮은 척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하다는 시청자들 반응도 있다.

그는 "강인구가 먼 타지의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아내와 통화하며 '절대 집 전세금 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자식들의 숙제를 걱정하는 모습이 잔잔하게 쌓이면서 공감을 산 것 같다"고 했다.

하정우 "영화라 가능한 비현실적 캐릭터…내년 에미상에 갔으면"
'수리남'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남미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범죄자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가공의 인물이나 사건 등 극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하정우는 마약을 소재로 한 해외 유명 시리즈에서도 본 적 없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이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사이비 종교 교주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든 사기꾼 전요환 등을 가리키며 "이 촌스러운 한국 사람들이 중남미까지 가서 마약 사업을 하고 악행을 저지른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인이 일종의 '가족 사업'인 중남미 마약 시장에서 대부가 된다는 것, 그리고 한인 목사, 홍어 사업과 같은 한국적인 설정들이 외국 시청자들에게도 독특한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당일 열린 에미상 시상식을 언급하며 "내년엔 '수리남'으로 상을 받으면 어떨까 싶다"며 웃었다.

하정우 "영화라 가능한 비현실적 캐릭터…내년 에미상에 갔으면"
하정우는 마약 조직을 다루는 '수리남'은 촬영부터 남달랐다고 했다.

특히 감옥 수감 장면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실제 교도소에서 진행됐는데, 실제 교도소 재소자 중 모범수 200여 명이 촬영에 동원됐다고 했다.

그는 "강인구가 감옥에 갇힐 때, 양쪽에서 철조망 너머의 재소자들이 욕하며 환호를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살벌했다"며 "10m 남짓 걸어가기가 어렵고, 옆을 쳐다보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리남'은 프로포폴 불법투약 사건으로 아픔을 겪은 하정우의 복귀작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지난해 9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정우는 "실망하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배우 하정우를 떠나 인간 김성훈으로서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많은 분께 피해를 드렸다"고 말했다.

하정우 "영화라 가능한 비현실적 캐릭터…내년 에미상에 갔으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