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교수 "척추 내 신경통로 좁아져 통증…6주~3개월 비수술적 치료부터"
흰머리가 한번 생기면 검은 머리로 돌아가지 않듯 우리 척추도 마찬가지다. 퇴행성 변화로 척추 안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은 점점 좁아진다. 협착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가 아프거나 저려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이재철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는 협착증 분야 대표적인 명의로 꼽힌다. 이 교수는 오래전부터 척추수술에 최소침습법을 적용하면서 관련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뿐 아니라 젊은 척추외과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협착증은 어떤 질환입니까.

“나이가 들면서 척추 내 신경 통로 구멍이 좁아집니다. 그래서 신경이 눌리면서 다리가 아프고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발생합니다. 걸을 때 특히 증상이 심해지는데, 다리와 엉치 부위가 저려서 쉬어갈 정도입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다른가요.

“흔히 이야기하는 디스크는 추간판탈출증입니다. 추간판이 신경 통로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질환인데,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 저절로 좋아지기도 합니다. 30~40대 유병률이 높습니다. 반면 협착증은 50대부터 많아지는데, 신경이 퇴행성 변화로 앞에서 튀어나온 추간판뿐 아니라 후방 황색인대가 두꺼워지고 후관절이 커지면서 뒤에서도 눌리게 됩니다. 사면초가 상태가 되는 거죠. 퇴행성으로 한번 좁아진 신경 통로는 다시 넓어지지 않아요.”

▷유병률이 높아집니까.

“노화가 주된 원인이라 고령층에서 많이 발병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기 때문에 70~80대 협착이 없는 사람은 없어지게 되는 거죠.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유병률도 증가 추세입니다.”

▷전조 증상이 있습니까.

“다리의 통증이나 저린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다리 힘이 빠진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진단은 어떻게 합니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을 통해 신경이 눌리는지를 봅니다. 하지만 뼈 조직은 컴퓨터 단층촬영(CT)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수술 환자의 경우 CT 촬영을 같이 합니다.”

▷치료법은 어떤 게 있습니까.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데, 한두 달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와 국소 마취제 등 신경차단 주사도 증상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물리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운동이나 자세 교정 같은 재활치료가 중요합니다. 도수치료는 협착증엔 큰 효과가 없습니다. 꼬리뼈 위 구멍을 통해 카테터를 척수관 안으로 넣어 약물을 주사해 염증 물질을 씻어내고 치료 약제를 주입하는 최소침습 시술도 합니다. 퇴행이 심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단순 신경감압술, 고정기구 삽입술 등입니다.”

▷최소침습법 선호도가 높습니다.

“최근 20여 년간 정형외과에서 가장 많이 발전한 분야가 척추외과입니다. 최소침습 기법으로 수술하면 고령 환자라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데다 결과도 좋습니다.”

▷어떤 경우 수술이 필요합니까.

“6주~3개월 비수술적 치료를 해도 협착증에 차도가 없을 때 수술을 권합니다. 감각신경 마비 증상이 있다면 오랜 기간 신경이 눌렸기 때문에 수술한다고 해도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재발할 수 있습니까.

“추간판탈출증의 재발 확률은 3~5%입니다. 마디에 퇴행성 변화가 빨리 왔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그 마디에 협착이 발생해 수술받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합니다. 금연해야 하고, 바른 자세 유지 및 운동이 중요합니다.”

▷디스크는 특히 과잉진료가 많다고요.

“비수술적 치료 중 임상적 효과를 입증한 게 아닌데도 지나친 의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치료법은 입증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광고를 많이 하는 영리 위주의 병·의원보다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 및 의료진과 상담하길 권합니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정형외과학회 대한척추외과학회 대한척추신기술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아시아태평양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 2020’의 사무총장으로서 얼마 전 학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