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요원들 "우리도 전문직이자 감정노동자…협조해주길"
탑승객 3.1%가 보안검색 적발돼 "한 번만 더 확인 당부"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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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사람들] ①"항공기 보안검색, 모두의 안전 위한 작은 불편"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승객은 신분 확인과 보안검색 과정을 거친다.

이때 여행을 떠나는 들뜬 기분의 승객과 다소 무뚝뚝한 표정의 항공보안검색요원(이하 보안요원)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듯한 '언짢음'을 느끼는 승객, 항공기 안전을 위해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되는 보안요원의 신경전이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해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들 보안요원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14일 보안요원의 이야기,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 욕설·폭언·갑질·성희롱 "힘들어요"
국내 공항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이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의 보안요원들은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7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보안관리부 직원들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안요원들이 공항 이용객들로부터 욕설과 폭언, 갑질,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횡포를 견디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지품을 검색할 때 항공권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왜 이런 검색을 받아야 하느냐", "왜 나를 만지느냐", "계집애가 땍땍거린다"는 등의 불만과 폭언을 듣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제주공항 사람들] ①"항공기 보안검색, 모두의 안전 위한 작은 불편"
사회지도층의 경우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신분증 검색 요구를 거절하는 등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 이용객 중에는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꺼내라고 했을 때 입에 담지 못 할 말로 성희롱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바지를 내려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항공기에 탑승할 때 휴대해서는 안 되는 라이터나 칼 등을 여러 개 가지고 와서는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하면 "보상하라"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에게 욕설하고, 간혹 감정이 격해진 이는 폭행을 하기도 한다.

혹자는 보안요원의 불친절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보안업무의 성격상 단호하고 엄격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보안요원들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폭언·갑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어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

수백 명의 승객이 줄지어 기다리는 상황에서 예정된 항공기 스케줄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보안법은 공항에서 보안검색 업무를 수행 중인 보안요원 등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 등 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법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승객의 욕설과 폭행이 심각해 공항경찰대가 출동하더라도 대부분 초범이기 때문에 훈방 조처된다.

만에 하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200만원 또는 300만원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며, 구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제주공항 사람들] ①"항공기 보안검색, 모두의 안전 위한 작은 불편"
보안요원들은 "제주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받게 되면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자조 섞인 말을 주고받곤 한다.

이수빈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보안관리부 과장은 "해외 공항에서는 좀 더 엄격한 보안검색, 신분 확인에도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잘 협조하면서도 국내 공항에서는 오히려 비협조적인 경향이 있어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검색 업무에 젊은 직원, 여성 직원이 많아 단순 서비스직으로 오해하는 승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이들 보안요원은 국토교통부 인증 항공보안검색요원 자격을 갖추고 1년에 한 차례씩 정기교육을 받아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엄연한 전문직"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일 보안관리부 부장은 "이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가족이며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승객과 항공기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보안검색, 신분 확인 협조 요청에 기분 좋게 흔쾌히 응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출발 전에 한 번만 더 가방 확인해주세요"
"정말 몰랐어요.

"
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항공기 내 반입 금지 물품이 적발됐을 때 승객 대부분은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비행기를 탈 때마다 헷갈리는 게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이다.

항공기 안전을 위해 승객이 비행기 객실까지 갖고 탈 수 있는 물품(휴대 물품)과 항공사에 맡겨 화물칸에 실어야 하는 물품(위탁 물품)으로 나뉘는데 각종 테러와 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기내 반입 제한 품목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5년여 기간 전국 공항에서 보안검색 과정에 가장 많이 적발된 품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공항 사람들] ①"항공기 보안검색, 모두의 안전 위한 작은 불편"
인화성류 297만231건, 액체류 131만2천125건,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체 122만149건, 공구류 21만2천974건, 전자충격기 591건, 탄약류 442건, 총기 구성품 340건, 도검류 95건, 기타 발사 장치 33건, 뇌관 28건, 권총 5건 등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여성들이 호신용으로 휴대하는 전기충격기를 손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공항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전기충격기의 경우 최근에는 손전등, 립스틱,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오기 때문에 적발에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수렵철이 되면 엽총에 쓰는 엽탄을 주머니 또는 가방에 넣고 무심코 공항으로 왔다가 보안검색 과정에 적발된다.

이외에도 캠핑철 각종 캠핑 도구를 그대로 휴대하고 비행기에 타려다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전기충격기, 캠핑 도구 등 기내 반입이 안 되는 상당수 물품은 위탁 수화물로 짐가방에 실어 보낼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는 적발된 문구용 칼을 비롯해 가위, 공구류 등을 지난 5월부터 어촌계에 기부하고 있다.

어촌계에서 그물 작업을 할 때 작업용으로 선호하기도 하지만 적발 물품을 일일이 폐기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탑승 승객 중 기내 반입금지 물품으로 적발되는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출발 승객 대비 적발건수 비율을 보면 2016∼2021년 6년간 전국 공항의 2억2천431만9천646명 탑승객 중 698만6천370개 물품이 적발됐다.

연평균 전체 승객의 3.1%가 적발되는 셈이다.

일부 승객이 부주의 때문에 비행기에 탑승하기도 전에 스스로 여행 기분을 망치기도 하지만, 공항의 많은 인력과 장비의 낭비도 초래한다.

김홍일 부장과 이수빈 과장은 "보안검색이나 신분 확인은 승객 안전을 위한 기본 절차"라며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좋은 장비를 확충하고 싶지만,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곳에 직원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심코 가져온 칼과 가위, 라이터 등으로 인해 인력과 장비, 검색 시간이 소비된다.

출발 전에 한 번만 더 가방을 확인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객실에 가지고 탈 수 없는 물건은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보안 365' 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주공항 사람들] ①"항공기 보안검색, 모두의 안전 위한 작은 불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