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 변호사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 변호사
부모가 자기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법은 증여, 유증, 사인증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증여는 부모 생전에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고, 유증과 사인증여는 부모 사후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증과 사인증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유증은 유언이라는 단독행위를 통해 유언자 사후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고, 사인증여는 증여자 생전에 수증자와 증여계약을 체결해두고 그 효력이 증여자의 사망시부터 발생하도록 정하는 것이다.

즉 유언은 유언자 혼자서 하는 단독행위이고, 사인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가 합의 하에 체결하는 계약이다. 그러나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을 원인으로 재산이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질이 유증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우리 민법은 사인증여에 관해서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562조).

유증은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즉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철회할 수 있다(민법 제1108조). 유언은 유언자가 혼자서 작성한 단독행위이며, 유언자 사망 전까지는 아무런 효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한 후에 증여자인 부모가 마음이 변하여 그 계약을 철회하고 싶을 때, 수증자인 자녀의 동의 없이도 마음대로 철회를 할 수 있을까?

사인증여는 계약이기 때문에 유언과 달리 계약체결시에 이미 효력이 발생했고 따라서 계약의 상대방인 수증자의 동의 없이 증여자가 임의로 철회할 수 없다는 견해와, 사인증여는 사망을 원인으로 재산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유증과 그 실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유증과 마찬가지로 임의로 철회할 수 있다는 견해가 치열하게 대립해 왔다.

이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철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자녀와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한 부모는 자녀의 동의 없이도 마음대로 사인증여계약을 철회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부모 사후에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기로 하는 약속에 대해 강제력을 부여할 목적이라면 유언대용신탁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