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원단체 추천 과정 정당성 훼손"…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
국회, 김태준·정대화 상임위원 추천…국교위 '정파 다툼 연장' 우려
국교위 31명 직제에 "위상 맞지 않아…재검토해야" 잇단 지적

중장기 국가교육 정책을 세우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국가교육위원회 교원단체 추천자 선정 절차가 위법해 지난 6일 이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7일 밝혔다.

전교조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교원단체 추천자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불합리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교육제도·여건 개선 사항을 담은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고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을 맡는 기구다.

지난 7월 21일 관련 법률이 시행됐지만 위원회 구성 절차가 늦어져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21명 위원 중 대통령 임명 5명(위원장 포함)과 국회 추천 7명,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각 출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 놓고 교육계 '시끌'(종합)
국교위 법 시행령은 교원 관련 단체 추천에 대해 단체 간에 자율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회원 또는 조합원 수가 많은 단체 순서로 1명씩 정하도록 한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외에 전교조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 중 조합원이 더 많은 단체에 추천권이 가게 된다.

그동안 교원노조 중에서는 전교조가 최대 규모였으나 최근 교사노조연맹이 조합원 수를 늘리면서 전교조를 앞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들 단체에 회원(조합원) 수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해 조합원 수 산출 기준이 단체마다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교조는 "전교조는 동일 인물의 중복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단일 노동조합인 반면, 교사노조연맹은 27개 노조의 연합단체로, 연맹 내 '지역노조'와 '전국노조'의 복수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사노조연맹은 입장 자료를 내 "국교위법은 회원 또는 조합원 수 확인만 규정하지 복수 가입자 확인은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합법적으로 할 방법이 없다"며 "교원단체 가입자는 2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개인의 동의를 받아 엄청난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 요구대로 나아간다면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교원단체는 위원을 추천할 수 없다"며 "전교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입장을 취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별도로 입장 자료를 내 "교육계의 오랜 염원을 담은 국교위가 정부·정치권의 늑장 대응으로 출범이 마냥 늦춰지는 데 유감"이라며 "노조 간 다툼을 빌미로 현장을 대변할 교원단체 위원을 원천 배제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회원 수 논란이 없는 교총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거쳐 국교위 상임위원으로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와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추천했다.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박근혜 정부 시절엔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2015년 재·보궐 선거 땐 인천 서구·강화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바 있으며 지난 대선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정 이사장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실행위원·총선시민연대 대변인 등 재야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고, 2007년엔 시민사회계 대표로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참여해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상지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9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위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모두 정치권에 몸담았던 이력이 있어 국교위가 정파 갈등의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당연직을 제외하면 위원 절반에 가까운 9명 국회 몫을 여야가 나눠 추천하게 되므로 '정파·정권을 초월해 국가교육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한다'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법 추진 때부터 제기돼 왔다.

위원장에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 지명 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교위 사무처 등 직제 마련을 위한 관련 법령 제·개정안 3건에 대해 7일까지 입법 예고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르면 국교위는 교육발전총괄과, 교육과정정책과, 참여지원과를 두고 위원장을 비롯한 정무직 3명과 특정직(교육공무원) 11명, 일반직 17명 등 총 31명의 공무원을 두게 된다.

'지각 출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 놓고 교육계 '시끌'(종합)
이와 관련해서는 국교위법 취지와 위상에 맞지 않는 규모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전날 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공무원 정원 기준으로 200명이 훌쩍 넘는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와 비교한다면 국교위가 중대한 교육정책을 다루기는커녕 회의 준비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전날 낸 성명에서 "2021년 국가교육회의 인력이 41명이었다"며 "위원장이 장관급인 '초정권적인 독립기구'로 설치됐음에도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국가교육회의 수준으로 격하돼 사실상 교육부의 부속기구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했다.

교총도 이날 낸 성명에서 "국교위의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고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며 "사무처장은 최소한 실장급으로 보하고, 아래 3과 체제도 보다 책임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해 국의 신설 등이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현장성과 정책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전문직원의 정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