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자가 채권을 집행할 때 법원에 낸 신청서에 따로 적지 않았더라도 배당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를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소기업은행(기업은행)이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기업은행에서 16억31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2014년 10월부터 이자를 내지 못했다.

A씨가 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은 재개발 지역 안에 있었는데 사업시행자가 분양공고를 냈는데도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분양권 대신 돈으로 보상받게 된 것이다. 기업은행은 빚을 돌려받기 위해선 A씨가 받은 보상금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업은행은 2014년 법원으로부터 총 18억8000여만원 상당의 압류·추심명령을 받아냈다. 기업은행보다 후순위 채권자였던 농협은행도 8억4000만원가량의 압류·추심명령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자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은행은 압류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이자만 계산해 제출했다. 추후 채권 계산서를 제출할 때 배당일 전일까지 이자를 추가했지만, 법원은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당시 제출한 금액만 기업은행에 배당했다. 나머지 이자는 후순위권자인 농협은행에 배당했다.

기업은행은 배당일 전일까지의 이자를 달라며 농협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기업은행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기업은행은 배당기일까지 발생한 이자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신청일까지의 액수만 배당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한, 배당 절차에서는 배당기일까지의 부대 채권을 포함해 우선 배당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법원은 압류 신청서에 이자 범위를 신청일까지 적도록 하는데, 이는 압류 범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배려일 뿐 우선변제권을 포기하게끔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