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 많이 쓴다"는 정부
"500인 이상 기업에서는 규모가 클수록 소속외 근로자 비중이 높다. 300인이상 사업장 전체 평균은 17.9%인 반면 5000인 이상 사업장은 23.3%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고용형태공시결과 보도자료의 한 대목입니다. 해당 자료는 고용부가 매년 이맘때 내놓는 자료이지만 올해는 언론의 '인용도'가 남달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50일 넘게 이어졌던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원청과 하청 간의 처우 격차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정부가 기업의 직접고용을 독려하겠다며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보도자료에는 개별 기업의 고용형태 현황은 나와있지 않지만, 고용형태공시제 전용사이트(www.work.go.kr/gongsi)에 들어가면 상시 근로자 300인이상 사업장의 고용형태, 즉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과 기간제 근로자는 몇 명인지, 파견·용역 등 소속외 근로자는 몇 명인지 볼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의 300인 이상 기업 3687곳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총 523만4000명이었습니다. 이 중 82.1%(429만9000명)는 원청기업 소속이고 17.9%(93만5000명)는 사업장 내 파견·용역, 하도급 등의 형태로 일하는 '소속 외 근로자'였습니다. 또 원청에 속한 '소속 근로자'의 75.6%(324만8000명)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른바 정규직 근로자였고 24.4%(105만1000명)는 기간제 근로자였습니다.

올해는 자료가 배포되자 상당수 언론에서 '소속외 근로자' 비중에 주목했습니다. 소속외 근로자 비중이 전년(17.4%)에 비해 0.5%포인트 늘어나 17.9%에 달했다며 '대기업 근로자 18%는 파견·용역'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왔고, 조선업의 경우 소속외 근로자 비중은 62.3%에 달한다는 공시 결과를 놓고는 '조선업 근로자 열에 여섯은 하청 근로자'라는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용형태공시제는 각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형태를 자율공시토록 해 직접고용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소속 근로자 비중은 줄곧 80%대 초반으로 답보상태입니다.

문제는 고용형태공시제가 취지와 달리 부작용만 낳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각 기업의 고용 형태는 사업 특성에 따른 기업의 자율적인 인력 운영의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율공시라는 이름으로 개별 사업장의 고용형태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다 보니 '비정규직 남용하는 A사' '하청 근로자 많이 쓰는 B사' 식으로 낙인을 찍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소속외 근로자라 하더라도 협력사의 '소속 근로자'인 점은 공시주체가 300인 이상 사업장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고용형태공시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백승현 기자